檢, 가전용반도체 장착 의혹불식 서류 입수 “돈 노리고 허위사실 유포”…장석원 박사 “허위사실 아냐, 서류는 간인 조작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조 부품 사용을 지적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장석원 박사가 최근까지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장 박사가 현대차그룹 자회사 현대모비스에 부품을 납입하는 (주)대동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공소사실을 구성해 그를 기소했다.

장 박사는 언론 등에 제보한 내용이 허위도 아니며, 간인이 조작된 서류 등을 근거로 검찰이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형사사건은 장 박사의 범죄 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조부품 사용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5일 법조계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장 박사는 수원지방법원에서 공갈, 명예훼손,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 공판 절차가 마무리됐으며, 오는 6일 오후 피고인신문과 결심이 예정돼 있다.

 

장 박사의 제보는 지난 2015년 자동차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다. 앞서 장 박사는 2014년 7월 현대·기아차 차체제어모듈(Body Control Module, BCM)에서 원인불명고장(No Trouble found, NTF)이 발생하자 원인규명 조사 전문가로 참여했다.

BCM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어장치를 통합 제어하는 장치로 대동이 BCM을 제작해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구조였다. 장 박사는 같은 시점에 대동과 BCM의 NTF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컨설팅 계약도 체결했다.

그는 ‘BCM에 부적합한 부품을 쓴 것이 NTF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내부적으로 알렸지만, 현대차 그룹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장 박사는 1년 뒤인 2015년 8월 언론에 현대·기아차 BCM에 장착되는 반도체의 일종인 ‘저항기(Register)’ 3만개가 자동차용이 아닌 폐가전에서 수거된 위조 부품이 장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보도와 함께 장 박사가 김제남 의원실에 찾아가 현대기아차의 위조부품 사용 실태를 고발하고, 인터넷 사이트 ‘보배드림’에 관련 내용이 담긴 글을 게시해 일파만파 사건이 커졌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장 박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같은 해 10월 장 박사를 사기미수 및 명예훼손,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4개월 동안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지난 2월 대부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관련 자료 제출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 중지했다.

하지만 ‘해프닝’으로 종결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지난 5월 검찰의 기소로 다시 시작됐다. 가전용 반도체 장착 의혹을 불식시킬 서류를 검찰이 입수했기 때문이다.

해당 서류는 대동에 반도체 부품을 납입하는 (주)창남아이엔디와 비쉐이사 사이의 공식 대리점 계약서다. 이 계약서는 그동안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제출이 지연돼 왔다.

대동이 현대모비스 측에 제출한 BCM용 반도체 승인서류에 따르면 창남은 AEC(미국 자동차전자부품위원회)가 인증한 비쉐이사 제품을 써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장 박사는 2014년 당시 창남이 비쉐이사의 공식대리점 명단에 빠져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장 박사의 주장이다.

결국 이 계약서는 뒤늦게 검찰과 법원에 제출됐지만, 재판과정에서 또 ‘간인의 위조’ 등 의혹이 제기돼 재판부의 판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장 박사가 받는 혐의는 공갈, 명예훼손,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총 4가지다.

장 박사는 2015년 9월 김제남 의원실에 찾아가 현대·기아차의 위조부품 사용 실태를 고발(명예훼손)하고, 인터넷 사이트 ‘보배드림’에 관련 내용이 담긴 글을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또 2014년 11월~2015년 5월 대동을 협박해 컨설팅비용 명목으로 총 5280만원을 교부받은 혐의(공갈)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장 박사가 2015년 3~4월 현대모비스 측으로부터 정품확인서를 확인해 위조부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현대모비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공갈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장 박사가 대동 측에 NTF 원인 규명에 대한 잔금 지급을 요구하며 “현대모비스에 대동의 NTF 원인은 위조 부품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겠다”고 취지로 수차례 겁을 줘 컨설팅 비용 명목의 돈을 뜯어냈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 측 관계자는 “이 사건은 부품의 정품 여부가 아니라 품질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진품이라는 증빙확인에도 불구하고 장 박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기업 신뢰도 손상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장 박사 측은 전면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변호인은 장 박사의 행위가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고,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 또한 없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또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위조부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전혀 입증된 사실이 없다”면서 “객관적인 검증기관에서 전수조사를 해 보지 않고서는 입증할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갈 혐의에 대해서도 “NTF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나, 협박으로 금원을 갈취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일부 간인이 조작된 증거서류 등이 재판과정에서 확인됐다”면서 “남은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서조작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NTF 분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기계공학과 석사, 한세대학교 IT공학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또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연구책임자, 국토해양부 ‘급발진 추정 사고 합동조사반’ 자문위원,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상임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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