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경영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상생의 질서 만들어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의미한다. 기업이 왜 사회와 책임이라는 단어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 논의의 의미조차 모르는 경제인들이 적지 않은 듯 싶다. CSR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마땅히 지녀야할 책임이라는 당위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CSR의 내용이 원래 기업이 갖추려고 하는 경쟁력의 기반임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장사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 여자 거상 김만덕은 장사 밑천이 사람이라 하면서 신의로 부를 이루었음을 강조하였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돈은 사람이 벌어주는 것이다. CSR은 사람을 귀히 여기자는 것이다. 노동인권, 윤리, 안전보건과 환경은 임직원, 고객, 협력사, 이웃, 모두 사람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사람을 귀히 여기자는 사회책임경영이 과거에는 없었을까. 사실은 있었다. 1960년대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네스 앤드루스(Kenneth Andrews) 교수는 그의 저서 ‘기업 전략의 본질(The Concept of Corporate Strategy)’에서 경영전략 수립 시 고려 요소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는 못하였다. 당시에는 사회·정치적 이슈가 경제적 이슈보다 우위에 있었고, 생산 하청 구조가 드물었으며, 정보 체계가 발달되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사람이 자원으로 정의되는 시대이다. 자원은 효율성이라는 단어와 주로 같이 쓰인다. 자원효율성은 귀하게 여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투입물, 즉 소모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과 정부, 소비자의 경제적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있다.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으면 짧은 성장은 기대할 수 있지만 크게 성장할 수 없고, 성장을 지속하기는 더욱 어렵다. 


CSR은 특히 중소기업에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귀히 여길 여력이 부족하고 CSR에 대한 외부 압력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주로 생산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람으로 보면 일만 하는 것인데, 건강을 해치고 주변 관계도 훼손된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재해율이 대기업에 비해 3배 이상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중소기업의 이런 현황은 일자리와도 관련이 있다. 청년들은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는 일자리를 외면하고 중소기업은 좋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CSR이 중요하다해도 현실적으로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의 CSR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경영자의 인식이 높지 않고 돈과 절차에서 대기업과의 공정한 관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자신의 임직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임직원도 귀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조 대기업의 60~70%가 중소기업 공급망에서 창출되며(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PwC),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급망의 수준이 곧 대기업의 수준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CSR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게 모두 중요하다 하여도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바른 것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으며, 마치 치킨게임처럼 선도적 활동에 대한 우려가 있다. 당연한 것도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하려면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2011년 UN은 공급과 유통의 전 과정에서 인권 및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명문화한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을 탄생시켰으며, 프랑스는 이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 2017년 2월 21일 인권과 환경에 대한 기업의 주의 의무를 명시한 법(French Corporate Duty of Vigilance Law)을 제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사람을 귀히 여기는 경제 질서를 만들어야 미래가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명성을 얻을 수 있으며, 중소기업은 일자리와 인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국가 경제의 발전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CSR만 잘하면 발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실력과 노력, 그리고 건강과 관계인 것처럼 기업도, 국가도 CSR을 통해 건강과 관계를 갖추어야 그 토대위에 실력과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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