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롯데, NEW 공히 ‘화제작’ 내걸고 명예회복 노려

출퇴근길이 녹록치 않다. 날마다 맞서야 하는 바람은 칼날처럼 몸을 엄습한다. 그런데 한파가 무색할 만큼 분위기가 달궈지는 곳이 있다. 한국 영화계의 본산(本山) 충무로다.

한국 영화가 최대 성수기는 누가 뭐래도 8월이다.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이 겹쳐 관객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물론, 날씨도 가장 덥다. 올해는 8월보다 12월의 격전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시장에 뛰어드는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NEW가 공히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 업체가 내놓는 영화의 면면도 올해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관객들은 ‘골라 보는 재미’에 빠지면 될 것 같다. 

 

영화 강철비 해외포스터. / 사진=NEW

12월의 선두주자는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강철비’다. 이 영화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자 최정예요원 엄철우가 북 권력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설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엄철우 역에 배우 정우성이 나서고 배우 곽도원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분한다. 특히 화제작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1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던 웹툰 ‘스틸레인’이 원작이다.

강철비의 투자배급사 NEW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NEW는 올해 성수기에 내놓은 영화 ‘장산범’이 130만 관객에 그치면서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다. 이 탓에 3분기에 1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누적 실적도 좋지 않다. 3분기까지 NEW는 2억 8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81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성수기 NEW는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모았었다.
 

11월 14일 오전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신과 함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주지훈(왼쪽부터), 차태현, 김향기, 하정우, 김용화 감독, 이정재. / 사진=뉴스1

오는 20일에는 그간 충무로 안팎에서 최대 화제작으로 꼽혔던 영화 ‘신과 함께’가 개봉한다. 이 영화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줄기로 삼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이미 이목을 끈 작품이다.

‘신과 함께’는 국내 최초로 2부작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영화다. 웹툰은 단행본으로 나와 17만 부나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었다. 제작비는 두 편 합쳐 4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국내 영화업계 역사상 최대치다. 이 영화에는 VFX(디지털 시각효과)로 한류시장서 가장 뜨거운 기업으로 떠오른 ‘덱스터 스튜디오’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했고 투자도 일부 단행했다. 감독은 ‘국가대표’ 연출로도 유명한 김용화 덱스터 대표가 직접 맡았다.

하지만 더 관심 모으는 업체는 메인 투자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수년간 기대작들의 흥행실패로 울상이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완연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성수기에 내놓은 ‘덕혜옹주’와 올해 성수기에 내놓은 ‘청년경찰’이 공히 560만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0월까지 누적 1616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성적 1467만보다 소폭 늘린 셈이다. ‘신과함께’가 기록할 성적표에 따라 ‘완벽한 부활’ 평가를 들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영화 '1987'의 한 장면. / 사진=CJ엔터테인먼트

27일에는 CJ E&M이 영화 ‘1987’을 내놓는다. 이 영화는 1987년 1월 故박종철 열사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해 사망한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신과 함께’와 같다. 배우 하정우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검사역할을 맡았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공수사처장 ‘박 처장’에는 배우 김윤석이 나선다.

CJ E&M이 민주화를 다룬 작품을 내놓는 점도 호사가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해 CJ E&M의 텐트폴(주력작품)은 ‘인천상륙작전’이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직접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아 이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앞서 CJ E&M은 2014년에 ‘명량’, 2013년에는 ‘국제시장’ 등 애국코드를 강조하는 대작들을 스크린에 내걸었었다.

‘1987’ 성적표는 CJ E&M 입장에서 유독 중요하다. CJ E&M은 3분기에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성수기에 내놓은 군함도의 흥행 실패가 뼈아팠다. 군함도는 국내서 최종 659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순위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지만 27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탓에 손익분기점이 너무 높았다. 1987로 누적된 적자를 만회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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