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측 “폐기 원칙으로”…정부 “미국에 더 이상 양보 안할 것”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미FTA(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개정 협상을 앞두고 2차 공청회가 1일 열렸다. 

앞선 1차 공청회가 파행을 겪은 후 이날 열린 2차 공청회도 우려 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농축산업계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파행됐던 1차 공청회와는 달리 이날 공청회는 비교적 무탈히 종료됐다. 공청회 초반 낙농업계와 경호원 사이에서 몸싸움이 있었지만 이내 장내를 정리한 후 계속 진행됐다. 

 

 

농축산업계는 이날 공청회 시작 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 폐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체결 후 지난 5년 간 국내 농축산업계 피해가 상당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한미FTA가 미국에 유리하게 편성됐다는 걸 지난 5년 간 비참할정도로 느꼈다”며 “우유의 경우 정부가 소비 둔화와 수입 증가에 대한 책임을 국내 생산자들에게 떠맡기려 한다. 우리 농가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 번 지적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정부는 폐기를 원칙으로 재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도 “한미FTA는 양국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내 산업 간 균형도 중요하다”며 “우리 농민들은 한미FTA 때문에 울고있다. 농가가 18만가에서 8만가까지 줄었다. 모두 폐업했다. 5만톤 들어오던 미국산 쇠고기도 이제 18만톤 들어온다. 그런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도 없다. 30만톤 이상돼야 발동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규정 탓”이라고 토로했다.

2차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 대부분도 한미FTA로 인한 국내 농축산업계 피해에 대해 공감했다.

백일 울산대 유통경영학 교수는 “한미FTA 탓에 우리 농가가 괴멸되고 있다”며 한미FTA가 미국에 대해 불공정 협정이라는 근거도 없다. 한미FTA 체결 시 농업을 희생해 제조업을 살리자는 취지가 강했다. 그런데 한미FTA 체결 이후 농축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피해를 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 못 한다면 차라리 협정을 폐기하는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분야의 실익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소 갈렸다. 일각에선 한미FTA 탓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한편, 자동차 수출물량은 기업 경쟁력에 기인한다는 대치하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백 교수는 “한미FTA로 인해 자동차 산업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5년동안 미국산 자동차 수입이 248% 늘었다. 작년만 40% 증가했다. 국내 미국산 자동차 비중은 한미FTA 체결 이전 4~5%에서 최근 25%까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동차 수출물량 변동은 그 회사의 자체 경쟁력에 가장 크게 기인한다”며 “한미FTA를 통해 관세를 철폐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더 줄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하기 위한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산 쇠고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국내 유통체계 개편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한영 교수는 “한우 값이 너무 높다. 가격경쟁력을 높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며 “산지 출하 쇠고기 값은 유통가의 절반이다. 유통문제를 개선하면 축산업계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농민 과도하게 배려” 좌장 발언에 소란도

한편 이날 패널 토론을 진행하기 앞서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은 좌장을 교체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좌장을 맡은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언 때문이다.

허 교수는 이날 토론에 앞서 이날 공청회 패널 구성과 관련해 “정부가 농민들을 과도하게 배려했다”며 “좌장 입장에서 봤을 때 패널 구성에 농민 측이 과하게 많이 배치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공청회에 참석한 농축산업계 종사자들은 일제히 “좌장을 교체하라”며 반발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공정해야 할 좌장이 한 쪽에 편향된 발언을 하면 안 된다”며”이 자리가 전혀 농민을 배려한 자리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 패널토론에 앞서 농축산업계 종사자가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영상=윤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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