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생활가전 높은 수익성 덕 전체 영업익 50% 급증…‘고질병’ 스마트폰 부진은 난제

LG전자가 현지시간 9월 4일 독일 베를린 IFA 전시장에서 유럽 주요 거래선 관계자 130여 명을 초청한 'LG 나이트(LG Night)' 행사에서 조성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LG전자

무게추가 뚜렷하게 기울었다. 어느 각도에서 보나 위상이 엇갈렸다. ‘가전명장’ 조성진 부회장이 사령탑에 오른 지 1년째를 맞이한 LG전자 얘기다. 가전명장의 1년은 그야말로 ‘LG 가전 전성시대’라 부를만하다. 각종 가전제품이 프리미엄 시장서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덕분에 올해 LG전자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급증한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질병’이 된 스마트폰 부진은 가전명장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 같다. MC사업본부가 공세적으로 시장에 나섰지만 적자는 계속 누적돼가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일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취임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같은 날 LG전자는 조성진 당시 사장(H&A사업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기존 3인 대표 체제를 1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했다. 조 부회장은 고졸(용산공고) 출신으로 LG전자에서만 40년간 ‘가전 외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조성진호’는 올 한해 순항했다. LG전자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4조4327억원, 2조1017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9.5%가 늘었다. 영업이익 성장률은 53.1%에 달했다.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뜻이다. 추세대로라면 LG전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조원, 2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가파른 수익상승의 효자는 가전이다. 조 부회장의 ‘친정’이라 할 H&A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률은 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통의 캐시카우(cash cow) 세탁기, 냉장고 뿐 아니라 건조기, 무선청소기, 스타일러, 빌트인가전까지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LG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 게 적중했다.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한 LG 창원R&D센터의 존재감도 크다.
 

LG전자가 1500억원을 투입해 2년 반만에 완공한 창원R&D센터의 모습. 이곳에서 개발된 프리미엄 주방 가전은 경남 창원을 비롯한 중국, 폴란드, 베트남, 멕시코 등 각 지역별 거점에서 생산돼 전 세계 고객들이 사용하게 된다. / 사진=LG전자

‘LG TV’ 본거지인 HE사업본부의 상승세도 도드라진다. 3분기까지 HE사업본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4.5%, 10.2%가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률이 9.9%에 달해 꿈의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 코앞까지 전진했다. 분기 영업이익도 최초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효과’라 부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 TV 매출비중이 높아질수록 마진을 많이 남기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서 올레드 TV 매출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HE사업부의 높은 수익성은 내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 LCD 패널업체의 공급물량 증가로 패널 가격이 하락해 TV사업의 원가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면서 “H&A사업부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성장세가 높은 프리미엄 청소기, 건조기 시장에도 참여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과는 인사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임원인사를 통해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권 본부장은 2015년부터 HE사업본부를 맡아왔다. H&A스마트솔루션사업담당인 류혜정 상무는 LG전자 첫 여성 전무에 올랐다. 류재철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도 트윈워시, 스타일러, 코드제로 A9 판매 확대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 외에도 전무‧상무 승진자 상당수가 양대 가전사업본부에서 배출됐다.
 

황정환 신임 LG전자 MC사업본부장. / 사진=LG전자
반면 고질병 평가를 받는 스마트폰 부진은 가전명장도 해결책이 요원하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5040억원에 육박한다. 3분기 적자만 3753억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적자 규모가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는 1조2591억원이었다. 적자폭은 줄었지만 MC사업본부가 LG전자 전체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별 다른 돌파구도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품질이 아니라 ,시장상황 자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특히 뼈아프다.

한 단말기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제품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기술력이나 디자인이 모두 좋아지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면서도 “(다만) 불리하게 구축된 시장구도가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준프리미엄 등 새로 내놓은 전략의 성패를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 경영효율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인도기업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가전부문 성과가 인사에서 반영됐듯, 스마트폰 부진은 수장 교체로 이어졌다. 그간 MC사업본부를 이끌어온 조준호 사장은 LG인화원장으로 옮겼다. 무려 10분기 연속 계속된 적자에 교체됐다는 해석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다만 LG전자 관계자는 “LG인화원장도 사장급 자리다. (발표대로) 인사 이동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신 황정환 단말사업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임 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황 신임 본부장은 LG전자 5개 사업본부(H&A, HE, MC, VC, B2B) 수장 중 유일한 ‘부사장급’ 인사다. LG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B2B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권순황 ID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본부장에 임명했다. 이 역시 성과주의 적용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신임 본부장도 가전분야 전문가다. 그는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 개발을 주도했지만 MC사업본부로 오기 직전까지 HE사업본부에서 TV연구, 개발 업무를 맡아왔다. 이 당시 현재 LG의 먹거리인 올레드 TV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본부장이 융복합사업개발센터장을 겸하게 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과 TV, 자동차 전장부품 간 시너지를 통해 MC사업 적자탈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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