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경력보단 출신지 따지는 낡은 프레임…라인에 줄대려는 사람들의 관심사항일 뿐

최근 금융권에 부산 출신 금융인을 두고 '부금회'가 인사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금융권 주요 기관의 수장 인사에 부금회가 힘을 받는다는 추측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현재로서는 그저 추측과 과장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거론되는 조직의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부산 출신 금융인들은 이와 관련해 '부금회를 모른다', '처음 들어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있지도 않은 조직에 대해 속단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논란을 피하려고 하는 말일 뿐'이라는 반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금융권에 여전히 특정 지역이나 학맥이 인사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지내면서 금융권에 형성된 관념이다. 더 나아가 인맥과 학맥, 특정 지역 출신이면 금융권 인사에 유리하다는 뿌리깊은 관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부금회라는 속단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문성과 경력보단 논란에 쉽게 휘말리게 된다. 인선을 통과한다 해도 발언과 행동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이는 금융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라인에 서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뿐이다.

은행권 한 부행장은 "부행장이 되자마자 학연 지연을 이용해 청탁 전화가 많이 왔다"고 기자에게 고충을 말한 바 있다. 부금회 논란처럼 인사에 출신이 두드러지면 그 라인을 이용해보려는 청탁이 쉽게 들어온다는 지적이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된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농협중앙회의 신용부문 대표를 지냈다. 농협금융지주 설립에 역할을 했다. 지금은 이 모든 것 보다 '부금회의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출처 없는 목소리가 더 크다. 본인은 이와 관련해 "부금회 모임은 처음 들어봤고 참석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추천했고 다른 은행장들도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BNK회장 인선 당시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라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쌓아올린 경력과 증권가 수장으로 있으면서 보여준 리더십 평가는 온데 간데 없었다. 소신과 철학은 논란 앞에 주목받기 힘들었다. 결국 자신의 능력을 피력하기 보다 낙하산 논란을 해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분명 학연과 지연을 이용한 인선은 비판해야하고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단순한 추정에 의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비판 또한 주의해야 한다. 이는 낡은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에 갇히면 평가 대상자의 능력보단 낙하산, 출신지역으로 판단하기 바빠진다. 그럼 금융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사람의 이력을 단선적으로 평가해선 안된다. 금융권에 불기 시작한 부금회 논란은 현재로선 이력 한 줄을 확대 해석한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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