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명박 정부 국정원·군·경찰 인사 수사 박차…자치단체장 11인도 불법사찰 고발

바레인 방문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 수사를 넘어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전날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원 전 원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해 회계 자료와 개인 메모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재직 중이던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국정원의 해외 공작금 200만 달러(약 20억원)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통해 미국 스탠퍼드대에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원 전 원장과의 관련성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3년 퇴임한 뒤 스탠퍼드대에 객원 연구원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와 관련해 국정원 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검찰 수사 당시에는 원 전 원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주택을 구입하는 등 개인 용도로 85만달러를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압수한 자료 분석을 끝내는 대로 원 전 원장을 소환해 구체적인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국정원 특활비 관련 계좌를 확인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도 수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또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댓글 조작 의혹 사건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2012년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사건 축소·은폐 의혹과 관련해 지난 28일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을 소환조사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2년 대선 3차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12월 16일 밤 11시 ‘정치 공작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발표 시점과 내용을 두고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 같은 축소·은폐에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판단아래 김 서장을 소환한 같은 날 오후 원 전 원장도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같은 날 ‘군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군 사이버 사령부의 보고를 받을 때 김 전 기획관이 배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비서관은 국방 분야 실세로 꼽히며 청와대와 군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돼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도 군 정치공작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나거나 구속적부심을 기다리고 있다.

MB정부 인사가 잇따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한 만큼, 이 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눌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인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는데, 수사 방향이 효성그룹이 아닌 MB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갖가지 추측성 평가들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염태영 수원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11명은 이날 오후 4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다.

이들은 지난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공개한 ‘야권자치단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에서 국정원의 지자체장들에 대한 불법사찰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인에는 염 시장을 비롯해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 유덕열 동대문 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최성 고양시장, 황명선 논산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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