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진 경기회복세 반영…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관심 집중

한국은행이 30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5%로 인상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연 1.5%로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건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 수출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은행의 판단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면서 시선은 이제 ‘금리 인상 속도’에 집중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 하락, 가계부채 누증, 북한도발 등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인상 시기와 폭을 저울질 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 한국은행,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틀었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5%로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이후 1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조정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만 놓고 보면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이 같은 결정 배경 중심에는 최근들어 뚜렷해진 경기 회복세가 놓여 있다. 한국은행은 줄곧 기준금리 인상 요건으로 ‘중기적 흐름에서 경기 회복세 지속’이라는 전제를 내세워 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지난 6월부터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실제 올해 한국 경제는 3% 성장률 달성이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만 내지 않는다면 올해 경제성장률 3%를 넘기게 된다. 심지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최대 3.2% 성장률을 낼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이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에 힘입어 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의 기관들도 내년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 내년 인상 속도에 맞춰진 시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관심은 이제 인상 속도에 맞춰지고 있다.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기준 금리 인상을 또 언제, 어느만큼 할 것인 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우선 원화 강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6원(0.7%) 떨어진 1076.8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4월 29일(1068.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기에 환율 하락이 이달들어 37.7원 떨어질 정도로 속도가 가파르다. 원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는데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 결정 시 고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1419조1000억원이다. 이는 전분기말과 비교하면 대비 31조2000억원(2.2%) 증가한 것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 밖에 북한 도발도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전날 오전 3시 17분쯤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한 이후 75일 만이다. 북한이 주변국 제재에도 핵 무력 완성을 고집하고 있어 추가적인 도발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상황, 물가 등도 고려해야할 요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물가 상승률이 강하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내년 4월 한국은행 총재가 바뀌는 일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2분기에 한 번 정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선 3%대 성장률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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