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수 축소 따른 비용 절감 목적…복합점포마저 찾는 고객 줄어 '고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 모습. / 사진=뉴스1

금융권이 복합점포를 늘리고 있다. 흩어져 있던 은행, 증권 등 점포를 복합점포 하나로 모아서 운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지주의 비이자수익 확대도 있지만 영업점 숫자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다만 고객의 디지털뱅킹 사용이 확대되면서 점포 이용이 줄고 있어 다양한 금융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복합점포조차도 고객 방문이 뜸한 분위기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의 복합점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운영하는 은행, 증권 복합점포는 총 124개다. 복합점포 규제 개선안이 발표된 2년전(49개)보다 3배가량 늘었다. 복합점포는 은행, 증권, 보험 등 서로 다른 금융업태가 한 점포에 함께 입주해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 형태를 말한다. 

KB금융은 9월말에만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이촌PB센터, 청담역, 신사동종금센터, 전남 목포 하당종금센터 등 4곳에 열었다. 이에 KB복합점포는 39개에서 43개로 확대됐다. 신한금융은 총 62개의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복합점포 19개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이 영업점에서 은행 업무만 보던 것을 넘어 한 장소에서 증권까지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복합점포 운용 확대는 금융지주들의 비용절감이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은 은행-증권 복합점포와 함께 보험복합점포도 운영 중이다. 현재 신한(3개)·KB(3개)·하나(2개)·NH(2개) 등 총 10개 보험복합점포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복합점포는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보험사 지점이 입점하는 방식으로 개설된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의 보험복합점포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앞으로 보험복합점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복함점포는 은행과 증권사의 합종연횡이 허용되면서 계열이 다른 은행과 증권사가 한 복합점포 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금융지주, 영업점 폐쇄 위한 복합점포 설치에 그칠 수 있어

금융권 복합점포가 늘면서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고객 방문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한 금융지주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도 은행과 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창구는 1층에, 증권은 2층에 있었다. 1층 영업점에선 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보험업무는 1층에 개설됐지만 방 안에서만 영업이 이뤄졌다. 2층 증권을 담당하는 곳에는 고객 없이 직원 두 명만 대기하고 있었다.

복합점포 한 직원은 기자에게 "인터넷 뱅킹 사용 고객이 늘었고 모바일로도 증권을 할 수 있다보니 2층까지 오는 고객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보험상품 설명도 고객이 직접 문의하지 않으면 보험사 직원이 보험 모집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10개 보험복합점포의 보험상품 판매 실적은 2015년 130건, 2016년 584건, 2017년 364건 등 총 107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개 점포에서 한달에 5건 정도 계약을 한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꺾기 등을 막기 위해 은행-증권 복합점포와 보험 복합점포는 별도의 출입문을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험점포도 점포 내부에서만 모집이 가능하고 은행, 증권 공간에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점을 줄이다보니 고객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여러 상품을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점포가 영업점 폐쇄 대안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복합점포 하나 열었다고 수익이 늘기는 어렵다.  카페 형식을 빌리거나 은행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고객을 끌어들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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