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이중통행세 부담 전가 지적…“물류조달시스템 고도화 필요, 불투명한 원가구조 개선조치” 해명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일감몰아주기 공정위 신고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 등 현대차 그룹 계열사들은 불공정 거래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물류 조달 시스템 고도화 등 필요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 사진=뉴스1

시민단체들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데 대해 현재제철과 현대글로비스 측이 ‘해당 거래에서 물류 조달 시스템 고도화 등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무 역할 없는 통행세가 아니라는 요지다.28일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금속노조가 공정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서를 접수한 것과 관련, “석회석 납품 사업과 관련해 자사 물류시스템 개선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대제철의 물류조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와 삼표 등은 현대제철의 석회석 납품을 담당하면서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그룹 물류를 전담하며 성장했고, 삼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장인인 정도원 사장이 이끄는 회사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국정 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은 편법적인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이번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한 첫 번째 이슈는 현대제철이 그룹내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를 거래구조에 끼워 넣으면서 통행세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거래 구조가 길어지면서 하위 사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역할 없는 현대글로비스가 수익을 가져갔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다만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석회석 물류 조달 사업에서 불투명한 원가 구조 때문에 관리가 어려운 점이 있었고, 물류시스템 구축과 고도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사업과 관련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업체다.실제로 현대제철은 기존에 석회석을 납품하던 광산사가 물류비를 과도하게 부풀려 허위청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물류 이동시 거리를 다르게 조작해서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지점에서 들어온 석회석을 B지점에서 온 것이라고 속여 비용을 늘리는 식이다. 본업이 철강 업종인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물류 사업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기 어려웠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허위 비용 청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역할 없이 수익만 가져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현대제철 관계자는 “​실제 업체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기존 물류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며 “​허위 비용 청구가 아니더라도 강원권과 충청권은 불투명한 운송원가 구조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고, 이 때문에 투명한 물류시스템 구축이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측에서는 석회석 공급구조에 현대글로비스가 끼어들면서 생긴 부담을 물류회사 지입차주들에게 전가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구조상 참가 업체들이 늘어날 경우 거래구조의 말단에 있는 참가자들에게 부담이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인 운송사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기존에는 물류 서비스가 진행된 다음 3개월 어음으로 결제가 진행되던 것이 관행이었는데, 현대글로비스는 운송사들에게 25일 현금결제를 실시하면서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또 다른 수혜 업체로 지목받고 있는 삼표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삼표는 기존 사업 구도에서 충청권 광산 업체 중 한 곳의 운송사로 석회석 물류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는 경쟁입찰이 실시됐다. 현대제철 측에서는 삼표가 타 운송사에 복화물을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다른 업체와 연관된 부분이라 구체적인 점수는 확인해 주기 어렵지만 당시 평가에서 타사 대비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는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일정 기간 계약을 통해 타 운송사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기간 마다 경쟁력이 높은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삼표는 올해 8월에 계약이 종료돼 현재는 해당 사업에서 제외된 상태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업 능력 외적인 이슈 때문에 경쟁력이 높은 특정 업체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불공정한 처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