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2심도 패소…“군수품 시험성적서 조작은 협력업체 책임” 주장 일축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K-9자주포가 K-10에게 포탄을 공급받고 있다. 사진=뉴스1


K-9 자주포 등 군수품 시험성적서 521건을 조작해 공공기관 입찰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한화테크윈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한화테크윈은 특히 시험성적서 조작 책임이 협력업체에 있고, 협력업체의 조작 행위가 이 사건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국가계약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최근 한화테크윈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한화테크윈은 2005년 9월 방위사업청과 K-9 자주포 6차 양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2012년 10월까지 총 38건의 군수품 납품계약을 맺어왔다.

하지만 국방기술품질원이 2013년 8월~2014년 2월 ​한화테크윈이 7년간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조사한 결과, 521건의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실이 적발됐다.


방위사업청은 2015년 8월 한화테크윈의 행위가 국가계약법상 ‘계약에 관한 서류 위·변조 및 허위서류 제출’의 제재사유에 해당한다며 같은 해 11월까지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사건 처분)을 내렸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4년 10월 업체 관계자 중 12명 구속 기소하고 41명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은 재판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와 법리적용 문제를 두고 다퉜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화테크원은 특히 성적서 조작의 책임을 협력업체 임직원에게 돌리고 이들이 법률상 ‘그 밖의 사용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가계약법 법률과 시행령 등은 대리인이나 ‘그 밖의 사용인’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 원청업자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밖의 사용인’은 반드시 부정당업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반적인 업무 전반에 관해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자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부정당업자의 책임 아래 그의 의무를 대신해 처리하는 자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원고가 자신의 의무이행을 위해 이용한 협력업체는 ‘그 밖의 사용인’에 해당하고 책임주의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협력업체로부터 이 사건 시험성적서를 제출 받은 후,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시험성적서 위·변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와 감독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면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 사건 처분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계약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는 자에게 일정 기간 입찰참가를 배제함으로써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가 입게 될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고의 협력업체들이 위·변조한 시험성적서는 521건에 이르러 위반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매우 길었다”면서 “이 사건 처분이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한화테크윈은 1977년 설립돼 항공기 엔진, 자주포, 상륙돌격장갑차, 탄약운반차 등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다. 2015년 삼성테크윈에서 한화테크윈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