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외 근로자, 국내 지휘 받았다면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내 회식 후 자택에서 숨진 금호타이어 해외파견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외파견 근로자라도 실질적으로 국내사업소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금호타이어 국외 파견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중국 남경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해외 현지법인 ‘난징금호타이어’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4년 7월 18일 부서 회식 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준인 414.9㎎/100㎖로 확인됐다.

A씨의 유족은 이듬해 9월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는데, 공단 측은 ‘망인은 해외법인 파견근로자인데 금호타이어가 해외파견자에 대한 보험가입을 신청해 승인받은 사실이 없어 산재보험법이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역시 2016년 11월 같은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고, 이에 유족은 소송까지 제기했다. 쟁점은 역시 망인이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인지 여부였다.

산재보험법은 적용 범위를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제6조)이라고 규정하면서, 해외파견자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자가 대한민국 밖의 지역에서 하는 사업에 파견하는 자에 대해서는 공단에 보험 가입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아야 대한민국 영역 안의 사업에 사용하는 근로자로 보아 법을 적용한다’(제122조)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가 한국, 중국, 베트남에서 8개 타이어 생산공장과 전 세계 9개의 판매법인, 14개 지사를 보유하면서 해외 법인 및 지사의 설립·이전·폐쇄, 업무수행 기준, 주재원 등의 인사와 급여, 사업계획과 업무보고, 회계원칙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해외 법인/지사 관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또 ‘텔레피아’라는 업무처리전상망을 통해 국내 및 해외 생산 공장, 판매 지사 등의 보고 및 결재, 업무 지시 및 공지 등이 이뤄진 부분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 적용 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내에서 행해지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국내의 사업에 소속해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것이라면,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여전히 유지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금호타이어와 난징공장의 관계, 금호타이어의 망인에 대한 인사관리, 급여지급과 사회보험료 납부, 업무내용, 보고 및 지휘체계 등 근무실태의 전반적인 내용에 따르면 망인은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실질적으로 금호타이어의 국내 사업에 소속해 금호타이어 국내사업소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망인은 산재보험법 제122조에서 정한 해외파견자가 아니라 같은 법 제6조의 적용대상자에 해당한다”면서 “공단이 이와 달리 판단해 원고의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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