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시행해 RG 발급…“인력 손실은 경쟁력 악화”

STX조선해양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해 고정비를 줄이고 선수금지급보증(RG)을 발급받는 이른바 ‘버티기’에 나섰다. STX조선해양은 전체 직원의 약 30%를 내보내 RG를 발급받고 올해 국내·외 선사에서 수주한 선박 11척을 일단 건조한다는 방침이다.

수주잔량이 4척에 불과한 STX조선해양이 RG 발급을 받지 못하면 내년 2월 선박 인도 이후 경영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다. RG는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는 데 필요한 금융사 보증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형 조선사에는 선박 건조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고정비 30% 감축이라는 채권단 주문에 따라 27일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정했다. STX조선해양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이 자구안 실행에 나선 데 따라 이번 주 내 RG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STX조선해양이 고정비 30% 감축을 충족하려면 현재 1400여명의 직원 중 400~450명을 내보내야 한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사무직 순환휴직을 시작해 올해 4월부터 현장직으로 순환휴직을 확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이 진행하고 있는 인력 감축을 통한 버티기가 결국 STX조선해양의 경쟁력 악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력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RG 발급은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 교수는 “조선 산업은 노동집약 산업이지만, 핵심 경쟁력은 단순 인건비 절감이 아닌 숙련노동에서 나오는 기술 집약형 산업”이라며 “인력 손실을 줄이는 선에서 진행돼야 할 구조조정이 제살깎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명확한 정책 방향과 절차를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살리는 게 낫다는 쪽으로 정했음에도, 아직 지원 방안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STX조선에 대해 산업적인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고,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향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이제 와 산업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하기엔 늦어버린 상황”이라면서 “현장 기능직 인력을 유지하는 고용 구조조정을 통해 다단계 사내하청을 폐지하고, 하청업체 대형화를 통해 고숙련 인력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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