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내달 22일 횡령 사건 선고…판결 따라 ‘오너 경영권’ 강화 제동걸릴 수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10, 벌금 1000억원을 구형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달  22일 예정된 1심 선고를 한 달을 앞두고 롯데쇼핑 주식 100여만 주를 2146억원에 매각했다. 지난달 지주회사(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면서 신 회장 중심의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던 롯데이기 때문에 이번 지분매각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일단 이번 신 회장의 지분 매각에 대해 롯데는 지난 22일 “지주사 출범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와 각종 소송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전환 과정에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 회사가 상호보유하고 있던 지분관계가 정리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에, 이번 매각을 신 회장의 재판 선고를 대비한 조치로 해석하는 것에 좀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달 1심 법원의 선고 결과에 따라 재계 5위 롯데는 ‘뉴 신동빈호’를 제대로 띄우지도 못하고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지주의 자산은 6조3576억원, 자본금은 4조8861억원 규모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국내 자회사는 총 42개사이지만 향후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7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을 롯데그룹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면 그룹 총수의 부재와 함께 항소 등 추가적인 소송에 투입해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계획은 무기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은 한층 강화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롯데지주 지분은 신 회장이 13%인 반면,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은 각각 0.3%, 3.6%에 그쳤다. 롯데 내부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번 롯데쇼핑 지분 3.57%(100만2883주)의 지분매각 대금으로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롯데지주의 지분율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만약 실형이 선고되면 이에 따른 벌금이 최대 1000억원이고 소송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어 지배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번 롯데쇼핑 지분 매각으로 지분율은 기존 13.46%에서 9.89%로 낮아졌다.

실형 선고에 따른 부담은 이뿐만 아니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10조원대의 글로벌 프로젝트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는 올초부터 시작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영향으로, 최근 중국내 롯데마트 법인을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치중됐던 글로벌 유통 사업을 동남아, 인도,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롯데는 △인도네시아 나프타 분해 시설 설비 증설 프로젝트에 총 40억달러 △인도 뉴델리·뭄바이역 등 복합역사개발 프로젝트에 30억~50억달러(약 3조2500억~5조4000억원) △베트남 호찌민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 프로젝트 등에 20억달러 등을 투자하기로 했다.

판결 결과에 따른 일본 롯데의 경영간섭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한국 롯데는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약속을 실제 추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일본 롯데 주주들이 전적으로 신 회장을 그룹 총수로서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국내 롯데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한 일본 롯데 주주들이 총수부재에 따른 경영간섭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음달 1심에서 신 회장의 실형이 선고되면 왕자의 난을 뛰어넘는 시련이 롯데에게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