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할수록 부담 증가…원가 절감 방안 찾아야”

원자력 발전이 축소돼 전기요금이 인상 압력을 받을 경우 산업계에서는 반도체와 철강 등의 업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 업종에서는 특히 제조 공정에 전기 사용량이 많은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부담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 폴리실리콘을 확인중인 OCI 연구원 / 사진=뉴스1

원자력 발전이 축소돼 전기요금이 인상 압력을 받을 경우 산업계에서는 반도체와 철강 등의 업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전력에서 집계한 전력 구매 상위 업체 순위 상위 명단에 반도체와 철강, 화학 업체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제조 과정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업체들인 탓에, 최근 수년간 전력 구매 상위 업체 순위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전력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곳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당진 공장에서 연간 8047MWh의 전기를 사용했고 인천 공장도 2216MWh를 사용했다. 여기에 현대제철 포항공장1공장에서도 1059MWh를 사용하는 등 연간 1만MWh를 넘었다. 현대제철은 2015년에도 1만2000MWh를 초과하며 국내 기업 가운데 한전으로부터 가장 많은 전기를 끌어다 썼다.

현대제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화성2공장은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4777MWh의 전기를 사용했다. 이어 삼성잔자 화성1공장도 1986MWh를 사용했고 삼성전자 용인 공장도 1931Mwh를 사용했다. 2015년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전체 공장에서 1만MWh 가량의 전기를 사용하며 2위에 이름 올렸다.

연간 전력 구매 상위 기업 3위 지위는 국내 철강 업계 맏형 포스코가 지키고 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판에 발광 물질을 증착시키는 공정이 반도체와 유사한 만큼 전력 사용량도 많아서다. 삼성전자에 이은 국내 반도체 대표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순위에는 화학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는 OCI, LG화학, 롯데정밀화학, 한화토탈 등과 함게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업체도 포함된다. 또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 등 중견 철강 업체들과 영풍,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업종의 기업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전력 사용량 순위와 실제 전기요금 인상시 영향력은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 업종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반면 철강 업체들은 주요국 통상 압박 속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업체들과 격차 벌리기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만 반도체 분야에 19조원가량의 설비 투자가 예상되고 있어 시장내 경쟁 업체들과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원가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삼성전자와 견줄 만큼의 기술력과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춘 업체가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 

반면 철강 업종에서는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철강 업종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여기에 공정내 전기 사용량이 높은 전기로 위주로 우려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업체들은 안전 이슈 강화에 따른 내진 강재 판매량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화학 업종에서는 제조 공정상 전기 사용량이 많은 폴리실리콘 업체들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생존 경쟁을 벌였는데, 이젠 전기요금 인상이 새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내에서 원가 절감 능력이 가장  뛰어난 OCI 역시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소한 장기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라도 파악할 수 있어야 대비라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변동비인 전기요금은 생산할 수록 부담이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 말고는 절감할 방법이 많지 않다​며 ​전기요금의 변동폭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원가를 낮추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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