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달러당 1089.1원, 1주일새 31.5원↓…일본 등 경쟁국보다 비싸져 수출경쟁력 '비상'

원화 환율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등 외국 돈에 대비해 원화 값이 치솟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 120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은 1100원선마저 무너지며 1080원선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최근 1주일 사이에만 환율이 30원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 현상이 누그러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원화 강세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국내 경제 회복세, 한·중 관계 개선, 높아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이 같은 현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환율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원화 절상폭이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보다 높아 수출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공산품 등 해외 기업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일부 제조사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전망이다. 반대로 외국산 설비 투자 확대 등 긍정적 영향도 점쳐진다.

◇ 달러/원 환율 연저점···1주일 새 31.5원 떨어져

달러/원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6.7원(0.61%) 떨어진 1089.1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기록한 올해 최저치를 하루만에 깨면서 52주 저점인 1088.6에도 가까워졌다. 올해 외환시장 첫 개시일인 1월 2일 1208원과 비교하면 117.3원 떨어진 상황이다.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4일 이후 7거래일만에 31.5원(2.81%) 떨어졌다. 지난 17일 “환율 하락속도가 빠르다”는 외환당국의 사실상 구두개입이 있었지만 이번 주 환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달러화 약세 현상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6개국(유로, 일본,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9월 8일 91.32에서 이달 21일 93.8로 상승 추세에 있다. 이는 달러 약세가 누그러지는 강도 보다 원화 절상 압력이 더 크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원화 강세 원인에는 국내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우선으로 꼽힌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로 깜짝 성장했고 코스피 상장사 525개사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2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7%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과 관계 개선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피해가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환율 하락,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 미치나

환율이 급락하면서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환율 하락은 이론적으로는 수출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까닭이다. 실제 국내 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이나 중국의 화폐는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상 정도가 크지 않다. 22일 기준 엔/원 재정환율은 971.28원으로 지난 9월 1000원대가 이미 깨졌고 위안/원 재정환율도 지난 9월초 173원선에서 22일 164.67로 내린 상황이다.

원화 가치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특히 공산품 등 해외 기업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일부 제조사와 환율 변동에 대응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은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율은 -0.19로 달러/원 환율이 10%포인트 하락할 경우 수출가격은 1.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머지 8.1%포인트 부분은 기업의 손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반도체와 같이 기술경쟁력 우위인 수출 산업은 상대적으로 환율 영향이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의 경우 공급 요인이 더 중요한 사업 모델이다”며 “게다가 경쟁 업체 통화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모두의 피해나 수혜로 이어져 판가 조정이 자연적으로 이뤄진다. 결국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는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이 국내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원화 강세로 인해 해외 설비 투자에 드는 비용이 낮아진다. 더불어 원자재나 자본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내수 기업이나 아웃바운드 수요가 늘고 있는 여행산업은 원화 강세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원 환율이 일주일새 급락하면서 국내 수출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