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폐쇄 빨라지면 발전단가 상승 가속 불가피…안전점검 강화·내진성능 보강에 가동일수 축소도 부담

지진 이후 원전의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산업계에서는 원전 안전 점검 강화와 내진 성능 보강 등으로 가동일수가 축소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원전 24기가운데 8기가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안전점검을 진행중인 발전소직원들 / 사진=연합뉴스
지진 이후 원전의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기요금 인상 속도다. 예상보다 빠르게 원자력 발전소 비중이 줄어들 경우에는 발전 단가 상승 속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즉각적인 폐쇄가 아니라도 안전 점검 강화와 내진 성능 보강 등으로 가동일수가 축소되는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일단 당장 급격한 원전 축소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부 설비의 점검 및 보강 이슈로 전력 예비율이 낮아질수 있다는 점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원전 축소로 나아가겠지만 당장 2022년까지는 신규 원전 건설이 이어지는 만큼 과도한 전기 요금 인상은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이다.

A철강업체 관계자는 ​원전 축소 여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하나 지난번 공론화 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온지 얼마 안됐고 사회적 합의를 이룬 이상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정책 전환에도 현재 전력 수급계획에서는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는 당분간 준공이 이어진다. 우선 2018년에는 원자력 발전소인 신고리 4호기가 대기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신서천 1호기와 신한울 1․2호기가 예정돼 있다.

2021년에는 고성하이화력 발전소 등 총 9330MW 규모의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가 준공될 예정이다. 동시에 원자력 발전소인 월성 1호기와 노후석탄화력 발전소 7곳의 가동이 중단된다. 가동되는 발전소가 많지만 신규 발전소 대체로 전체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무리가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2022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서 석탄화력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5년 뒤 전기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현재 예상치를 기준으로 설비예비율은 3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고 보고 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정은 국정감사에서 ​오는 2022년까지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2022년까지 수급 요인으로 인한 전력 변동 사항은 많지 않으며 변동이 있더라도 한전에서 흡수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예상이 어디까지나 2022년까지 순차적인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 축소를 가정했다는 점은 변수다.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돼 원전 즉시 폐쇄 주장이 힘을 얻거나 장기적인 실비 보강에 들어갈 경우에는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계획 대로 원전이 순차적으로 축소되더라도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원전 의존도를 낮출 경우 현재 실현 가능한 대안은 액화천연가스(LPG)와 신재생에너지 등인데 모두 발전단가 상승이 예상되서다.

2017년 4월 현재 발전 원료별 연료비 단가는 원자력 발전소가 kWh당 5.7원으로 가장 낮다. 이어 석탄이 kWh당 50.2원, LNG는 kWh당 79.2원 수준이다. 더구나 올해에는 전세계적인 저유가 기조 속에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LNG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LNG 수요 급증에 따른 연료비 상승도 예상된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추진 등으로 전기료는 2018년 ㎾h당 113.6원 수준에서 2019년에는 119.25원, 2020년에는 122.86원으로 나타났다. 2년 만에 8%가량 인상된다는 분석인 셈이다.

전력거래소가 예상한 전기요금 인상율도 3.3%~10.5% 수준이다. 여기서는 원전 의존율을 20%,  석탄화력 36%, 가스 22%, 신재생에너지 20%로 가정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필요한 투자금액을 반영하면 실제 전기요금 인상폭은 이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 국내 원전 위험성이 부각돼 가동일수가 줄어드는 상황은 부담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원전들은 이미 안전 점검 등을 강화하면서 가동 중단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원전 24기가운데 고리 3,4호기, 신고리 1호기, 월성 1,3호기, 신월성 2호기, 한빛 4,6호기 등 8기가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여기에 최근 부각되고 있는 내진 성능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원전 가동일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수원 측은 현재 수준에서 추가 보강이 필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본 수준의 내진 성능 보강이 힘을 얻을 경우 국내 원전 90%가 보강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 경우 원전 가동일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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