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캠프 SNS본부 출신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 부각…이르면 이달말 선임 예상

신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연내에 임명될 전망이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한콘진)의 한해 예산은 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문화예술 관련 기관 중 수천억원대 ‘실탄’을 가진 곳은 극히 드물다. 이 예산은 산업 진흥, 정책 개발, 수출 기반 조성, 국제 협력 등 다양한 사업명목으로 쓰인다. 수장의 위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차관급 기관장이다. 이 때문에 이 자리에 누가 오느냐는 문화계 안팎에서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이 ‘요직’이 1년 넘게 비어 있다. 송성각 전 원장이 ‘차은택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수감 된 뒤 직무대행(강만석 부원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터라 새 원장의 역할이 막중한 건 자명하다. 단순히 기관장 한명 새로 뽑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 전 원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들어 후임 한콘진 원장 자리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각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눈과 귀, 입까지 이 자리로 쏠리고 있다. 이 와중에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차고 넘친다. 원장 선임 ‘레이스’에서 사실상 독주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18,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모두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다.

한콘진​ 사정을 잘 아는 문화계 유력인사는 기자에게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SNS본부에서 활동한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가 매우 유력하다고 알고 있다. 문 캠프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에게서도 한 번 더 확인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 전 대표가 원장에 선임되면 같이 SNS본부에서 활동한 A모 소설가를 부원장으로 지명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A모 소설가는 1990년대초 등단 후 호남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문인이다.
 

눈길을 끄는 건 아직 원장 공모절차가 끝나지 않았지만 김 전 대표를 견제할 만한 인물로 거론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콘진​은 지난 9월 26일 이사회에서 임원 추천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같은 달 29일부터 원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원장 후보 접수를 마감한 후 임추위에서 최근 서류와 면접심사를 마쳤다. 이와 관련 22일 한콘진​ 관계자는 “최종 3배수를 추려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중 1명을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원장으로 임명한다. 


김 전 대표는 연예매니지먼트 업계에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그의 이름은 수년 전부터 미디어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는 YB(윤도현밴드)와 방송인 김제동 씨가 소속된 다음기획(現 디컴퍼니) 창업자다. 윤도현, 김제동 씨가 외압에 의한 방송 하차설에 휩싸일 때마다 김 전 대표가 언론의 취재에 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가 중 독특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정권 출범 후 계속 이름이 오르내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역시 5년 간 다음기획 뮤직콘텐츠 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다음기획은 2009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조사는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이 매우 짙었던 사안이다. 지난 20일 국세청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는 이 사안을 두고 “서류상으로 조사 선정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할 수 없지만, 언론에 보도된 문건에 따르면 조사 목적 이외의 세무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점은 ‘남용’에 찍혀있는 셈이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에 참여하면서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캠프 소통1본부와 정책자문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문재인펀드 운영위원을 겸했다. 대선 직후 다음기획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는 한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를 거쳐 19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김 전 대표는 초기 대선캠프에서부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가 본격화한 이후에는 외부서 영입된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現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SNS본부장을 맡았다.


김 전 대표를 둘러싼 논란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앞선 문화계 유력인사는 “캠프 출신인 김 전 대표와 A모 소설가가 (한콘진과) 직무관련성이 없진 않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물론 김 전 대표가 원장직에 오를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인사란 게 늘 잡음과 갈등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그만큼 유동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그의 이름이 한콘진​이 있는 전남 나주 인근에서 가장 활발히 떠돌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공모제를 둘러싼 의심이 증폭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예측이 실체로 현실화될지 여부는 곧 드러날 전망이다. 문화계서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연내에 새 원장이 선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콘진​ 관계자는 “(신임 원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얼마나 걸릴 지는 저희로선 알 수 없다”면서 “내부에서는 어떤 인물들이 (원장직과 관련해) 오르내리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최종 3배수가 누구인지도 인사파트에서만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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