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수익 주는 의뢰인 눈치보는 것”…甲질 논란에도 ‘해프닝’ 종결 가능성 높아

김승연 한화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이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폭행 혐의로 조사를 마친 뒤 수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동선씨에게 폭행 등 수모를 당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피해 변호사들이 두 달 째 침묵하자 변호사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뒤늦게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서 동선씨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피해자들의 처벌의사가 없을 경우 ‘해프닝’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과 피해 변호사 10여명은 전날 동선씨의 ‘로펌 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 사건이 지난 9월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처벌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주요 고객인 한화그룹의 눈치를 보고 사건을 묵인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억울한 마음에 한 민간 변호사 단체를 찾아가 호소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김앤장과 피해 변호사들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사건 의뢰인이더라도 비판할 문제가 있다면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라며 “김앤장 측에서 이번 사건을 너무 비즈니스 측면으로 접근하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한화그룹 회장 아들이 아니라, 28살 일반인이 김앤장 변호사를 폭행했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라며 “주요 고객이라는 이유로 김앤장 측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도 “로펌 입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주는 의뢰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법무법인도 결국 돈에 밀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 119의 윤지영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를 당한 연차가 낮은 변호사들은 직접 사건을 수임하는 게 아니라, 선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정작 기업을 두려워하는 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로펌 또는 사건을 수임하는 선배 변호사들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김앤장의 주요 고객 중 하나로 꼽힌다. 김승연 회장은 2007년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입건됐을 당시 김앤장 소속 변호사 6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바 있다. 당시 김앤장은 사건 수임만으로 수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한화 그룹 사건 뿐 아니라, 대기업이 관련된 대형 형사사건을 ‘싹쓸이’ 하는 것으로 대형 로펌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았던 대기업들은 앞다퉈 김앤장을 찾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사건, SK 비자금, 두산그룹 형제간 분쟁, 현대·기아차 비자금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김앤장 측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쉬쉬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전날 동선씨를 폭행, 모욕, 상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변협도 피해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관계자는 “연락을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접촉됐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폭행과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로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꼭 필요한 범죄다. 변협 측은 피해자들을 꼭 설득해 동선씨가 적법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상해 혐의로 동선씨가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달 전 발생한 폭행사건에서 상해를 입증할 만한 증거물이 없기 때문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고소할 생각이 없었다면 상해진단서 등 피해를 입증할 만한 자료들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상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상해 혐의에 유죄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집행유예 상실 조건인 ‘금고 이상의 징역형’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갑질’ 논란에 여론이 뜨겁지만 결국 ‘해프닝’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변협이 동선씨를 고발한 사건을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같은 사건 수사에 착수한 점을 고려해 광수대를 지휘하는 형사3부에 배당했으며, 앞으로 사건을 광수대에 내려보내 지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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