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금융사 사칭한 보이스피싱 급증…'햇살론' 빙자해 대출금·수수료 등 입금 요구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이스피싱 인출책, 버려진 장소, 압수한 현금과 카드. / 사진=연합뉴스(관악경찰서 제공)

# A씨(49세·남)는 '햇살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4000만원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A씨에게 "대출을 진행하기 위해 예치금이 필요하다", "계좌 잔고가 있어야 한다" 등의 안내를 진행했다.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솔깃한 A씨는 사기범이 불러준 계좌에 12차례에 걸쳐 472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약속했던 대출 이행은 없었고 사기범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22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위해 햇살론 등 서민지원 대출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햇살론 외에 일반 시중은행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도 늘고 있어 금융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햇살저축은행을 빙자한 피해건수는 773건이다. 피해액은 11억원에 달했다. 대출 수요가 많은 40대∼50대가 전체 피해자의 62%를 차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기범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햇살저축은행을 사칭했다. 서민지원 대출인 '햇살론'을 비슷하게 바꿔 소비자를 현혹한 것이다. 또 사기범은 피해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햇살저축은행 사칭 사기범이 발송한 문자메시지 / 사진=금융감독원
사기범은 햇살론에 자격요건(신용등급 6등급∼10등급 또는 연 소득 3천500만 원 이하)이 있다는 점도 이용했다. 사기범은 '신용등급자나 3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에게 접근해 편법으로 신용등급을 상향시켜주겠다며 유혹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햇살론 자격요건에 미달하니 정부기관 공증이 필요하다"며 공증료를 요구했다. 이어 고금리 대출이력을 남기기 위해서라며 돈을 대포통장으로 입금하도록 유도한 후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사기범은 금감원 단속을 피해 회사명도 SC스탠다드저축은행, 보람저축은행, 대림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우리저축은행, 하나금융그룹 등으로 계속 바꿔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대출 사기를 피하기 위해 대출 권유 전화를 받으면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대표전화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보이스를 적발하는 즉시 홈페이지 폐쇄, 전화번호 중지 등을 조치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기범들이 회사명과 홈페이지 주소를 계속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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