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1년 앞두고 주가 10배 치솟아…신약 성공 여부가 '거품' 판단 관건

1611.2%. 이는 올해 바이오 업체인 신라젠에 투자했더라면 거둘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올해 2월 20일만하더라도 8900원에 거래되던 신라젠 주가는 21일 장중15만2300원을 기록했다. 이달 초 이 주식을 샀더라도 수익률은 125%에 육박한다. 신라젠이 최근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동시에 이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신라젠 투자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보호예수, 전환사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반대 측은 바이러스 항암제 펙사벡(Pexa-Vec) 등 신라젠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미래 가치를 현재로 환산하면 지금 상승세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맞선다.

◇ 황제주된 신라젠···상장 1년도 되지 않아 10배 상승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인 신라젠이 출렁였다. 이날 12만7700원에 시작한 신라젠은 강한 매수세로 이내 19.54% 오른 15만23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으론 9조원을 넘긴 순간이었다. 이후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이 매물이 나오면서 이날 신라젠 주가는 전날보다 2.83% 오른 13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신라젠 주가를 기간을 늘려서 보면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신라젠은 지난해 12월 6일 공모가 1만5000원에 시장에 공개됐는데 이 시기 바이오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한미약품 수출계약 취소 사건 탓에 크지 않았다. 2월에는 주가가 8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올해 8월까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다 9월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날 장중에는 주당 15만원대를 찍으며 공모가 대비 10배 이상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날 신라젠 거래량은 1411만주로 신라젠의 일별 거래량에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가장 많은 거래량은 보인 건 이달 9월 11일 1913만주였다. 신라젠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거래량이 30만~50만주 사이였다.

수급을 보면 신라젠은 상승 초입부분에선 개인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컸다. 개인은 올해 9월부터 지난달말까지 누적으로 5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역시 536억원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기관은 7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개인은 17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은 11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도 8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 더 오를까?···‘이미 과열 vs 상승 여력 충분’

신라젠이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원인에는 신약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신라젠은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을 임상 실험 중인데 전날 한 의료 전문 매체에서 펙사벡이 신장암에도 반응을 보였다는 신라젠 연구소 관계자 발언을 보도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신약 효과가 어느정도 입증돼 진행중인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같은 가파른 상승세에 일각에선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라젠 주가 상승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 아닌데 이러한 상황에서 신약 개발 기대감만으로만 상승하고 있어 기대감이 무너질 경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라젠은 3분기 영업손실 99억3665만원, 당기순손실 96억3419억원을 기록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버행(잠재물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점도 신라젠 투자의 리스크로 부각된다. 신라젠 우리사주의 보호예수 기간이 내달 6일이면 끝이 난다. 임직원에 지급한 스톡옵션 물량 240만5000주도 내달 3월이면 풀린다. 여기에 내달 6일 140주 규모 전환사채(CB)의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데 이 역시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시중에 강한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미래 가치를 감안하면 현 상승세를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100조원대인 미국 바이오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경우 창업 후 15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C형간염치료제인 소발디를 개발하며 크게 도약했다”며 “향후 펙사벡 상용화를 감안하면 현재 신라젠 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가에선 2020년 상업화가 예상되는 펙사벡의 시장가치를 8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라젠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투자자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과열됐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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