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영향권에 국내 원전 절반 위치…업체 “극단적 변화보단 내진설계 등 대비책 강화해야”

포항 지진으로 인해 탈원전 논쟁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해당 지역에 위치한 월성 2~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에 정밀 점검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월성원자력발전소 신월성 2호기 발전기를 살펴보고 있는 발전소 직원 / 사진=뉴스1

포항 지진으로 인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가 닥쳐올 전기요금 부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경북 포항 강진으로 인해 10월 원전 공론화위원회 이후 일단락되던 원전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와 장기적인 원전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포항 지진 이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은 포항 지진 직후 개최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를 거쳐 건설이 재개됐다고는 하지만, 지진 발생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매년 지진이 발생하는 등 조건이 변화한 만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활성단층에 세운 거대한 원전단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오 민중당 의원(울산 북구) 역시 ​규모 5가 넘는 강진이 작년과 올해 계속 발생한 상황에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 위에 핵발전소가 있어 안전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즉각 재검토하고 노후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현재 오는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탈석탄·탈원전으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를 자연스럽게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줄여 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즉각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전 축소가 빠르게 이뤄지면 산업계가 받는 충격파는 강도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포항 지진으로 영남지역은 국내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북 영덕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서 상업 운전 중인 원자력 발전소 24개 가운데 대부분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경주, 울산, 부산 인근에는 건설 중인 신고리 4·5·6호기를 제외하고 12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부산광역시에서 울산광역시에 걸쳐 위치한 고리 원전과 경상북도 경주에 위치한 월성 원전 등이다. 이들 원전은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돼 있다.

 

국내 원전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건설된 신고리 3호기는 규모 7.0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년 6월까지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예상하는 최대 지진은 규모 6.5 수준이다.

 

산업계에서는 일단 포항 지진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 업종과 철강 업종 등 전력 소비량이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다. 한전에서 집계한 지난 2015년 전력 소비 상위업체는 현대제철, 삼성전자, 포스코, LG디스플레이 순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상승이 현실화 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 비용 상승 및 수출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극단적인 변화보다는 내진 설계 등 대비책을 강화하는 편이 산업계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주에 이어 올해 포항 지진으로 원전이 위치한 영남 지역에 우려가 커지자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내진 성능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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