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이어 쇼박스도 드라마 시장 진출…CJ E&M은 자회사로 일찌감치 시장 선점

영화기업들의 드라마 시장 진출 움직임이 도드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열린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제작발표회 모습. / 사진=뉴스1

새 영토를 노린 공룡들의 군침 흘리기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최근 ‘경계 허물기’ 경향이 짙어진 콘텐츠산업계 얘기다. 특히 드라마 시장을 노린 움직임이 유독 눈길을 끈다. 국내 대표적인 영화기업들은 차례로 드라마 제작을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드라마가 가진 사업 잠재력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리라 보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시장과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오리온그룹 계열 쇼박스와 NEW다. 두 기업은 공히 영화투자배급업계 메이저 업체로도 유명하다. 쇼박스는 올해 영화 ‘택시운전사’를 배급해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NEW는 지난해 유일한 천만 영화 ‘부산행’을 투자배급한 업체다. 이 두 회사가 공히 드라마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쇼박스는 최근 다음웹툰컴퍼니와 ‘이태원 클라쓰’, ‘대새녀의 메이크업 이야기’ 등 인기 웹툰의 국내 및 해외 드라마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기획 개발에 착수했다. 두 작품은 다음웹툰에서 높은 평점과 매출, 많은 독자수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눈길을 끄는 건 쇼박스가 해당 작품을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만든다는 점이다. 유정훈 쇼박스 대표는 “콘텐츠 시장 간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만큼 이번 드라마 제작은 새로운 시장 진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그간 영화시장에서 입증한 기획개발 및 프로듀싱 역량과 경험치를 최대한 살려 원천 콘텐츠(IP)의 가치 극대화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쇼박스의 영화투자배급업계 라이벌 NEW는 지난해 ‘태양의 후예’로 이미 첫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최근 NEW는 영화로 이미 개봉했던 ‘뷰티 인사이드’를 드라마로 제작키로 했다. 이 작품은 NEW의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 앤 뉴’가 제작한다. 스튜디오 앤 뉴는 지난해 9월 설립됐다.

영화투자배급시장 점유율 1위이자 텔레비전, 음악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 CJ E&M은 이미 강력한 ‘드라마 시장 강자’다. 드라마제작사업부가 독립하면서 설립된 스튜디오 드래곤의 성장세 덕분이다. 쇼박스와 NEW까지 시장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영화투자배급업계 4강 중 세 개 업체가 모두 드라마를 만들기로 한 셈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해 말부터 ‘도깨비’와 ‘보이스’, ‘터널’, ‘비밀의 숲’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올해 340억~370억원 사이 영업이익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오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게 유력하다. ‘킬러콘텐츠’로 불리는 드라마들 덕분이다.

이들 영화 기업 외에도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움직임도 도드라진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현재 JTBC에서 첫 자체제작 드라마 ‘더 패키지’를 방영하고 있다. 그만큼 캐시카우(cash cow)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서는 이 같은 추세가 더 이어지리라 보고 있다. 드라마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할수록 장기적으로 얻는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부가판권 유통 등 OSMU(One-Source Multi-Use, 원소스 멀티유즈)를 감안할 때 영화보다 드라마가 길게 돈을 벌어들이는 데 훨씬 유리하다”면서 “최근 드라마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영화수준 작품성을 확보한 점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영상콘텐츠 시장의 패권이 드라마로 옮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수익 영토를 해외로 넓히는 데도 드라마의 잠재력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존재가 OTT(Over the Top,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의 부흥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3월 ‘터널’ 김성훈 감독, ‘시그널’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드라마 ‘킹덤’을 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TT업체들의 시장 진출 전략으로도 드라마가 용이하게 쓰이는 셈이다.

이효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업체들이 동남아를 겨냥해 한국 드라마 판권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한국 드라마 시장의 큰 손인 중국 시장이 재개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특히 글로벌 OTT를 통해 비(非)아시아권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된 점은 다른 시장을 열어주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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