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의심 넘어 유죄 인정할 증거 부족”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DS홀딩스의 1조원대 유사수신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점장급 인사 15명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판사는 20일 사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모씨 등 1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지점장들과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와의 녹취록을 봤을 때, 의심을 넘어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IDS홀딩스 투자유치는) 법이 전제하고 있는 재화 또는 용역 판매업과 무관한 영역에서 진행됐다”며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다만 “목숨과도 같은 피해자들의 돈을 실수로 잃게 한 것에 대해 왜 법이 처벌하지 않는지 저도 답답한 심경”이라며 “피해들이 단결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좋은 결과 얻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남씨 등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를 도와 국내 지점들을 관할하며 1만207명에게 1조200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대표는 FX마진거래 사업 등에 투자하면 매달 1~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원금도 보장된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김 대표는 투자받은 돈으로 수익을 창출해 이자를 상환한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자나 새로 가입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원금 및 이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자금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날 검찰은 재판부가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녹취록’의 증명력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녹취록은 선고 약 1주일 전 법원에 제출됐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을 제출받지 못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저희 측에서는 녹취록을 본 적이 없다. 해당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를 하겠다는 말을 오늘 아침에서야 들었다”면서 “녹취록 위변조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또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임의로 제출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증거조사를 위해 한차례 기일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재판장이 적절한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면 된다”면서 검찰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판결에 피해자들은 “말도 안 된다. 대한민국이 나라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피고인의 친지들도 고성으로 맞대응하면서 법정 내 소란이 빚어졌다.

사건의 주범 김 대표는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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