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발의 통해 노후 SOC 관리 강화 추진…내년 예산 감소폭 커 실효성은 의문

포항시는 19일 지진으로 도로와 다리 일부가 손상된 영일만대로 흥해 남송IC∼곡강 1교 500m 구간에 차 통행을 제한했다. 사진은 포항 지진으로 남송IC교 신축 이음장치가 손상된 모습. / 사진= 연합뉴스
포항 5.4 강진으로 노후 사회기반시설(SOC) 내진설계 강화 등의 개‧보수 및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관련 법 발의를 통해 노후 SOC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SOC 유지보수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언발에 오줌누기’ 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지진예산은 5029억원으로 올해 3669억원 대비 37.1% 늘어났다. 이중 공공시설 내진보강 예산은 4330억원으로 증액됐다. 노후 SOC 내진강화 목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년 이상된 SOC는 2774개소로 전체의 10.3% 수준이다. 10년, 20년 뒤에는 이 비율이 각각 25.8%와 61.5%로 높아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대한토목학회, 서울대가 발간한 ‘노후 인프라 시설 안전 및 성능개선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사용연수가 30년이 넘는 서울시 교량은 112개로 해마다 9개씩 증가한다.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개통된지 10년이 지난 대구~포항고속도로 교량 5곳이 파손된 만큼 노후 SOC 내진보강 조치를 정부가 계획하고 있다.

노후 SOC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장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SOC 시설물의 체계적 유지‧관리 목적으로 국토부가 기반시설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국토부 등 정부가 소관 SOC 시설 유형별로 최소 유지관리 기준과 성능개선 기준을 설정해 고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국토부는 한국시설안전공단 내 ‘국가내진센터 설립 추진단’과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지원센터’ 상주인력을 종전 9명에서 내년 20명으로 늘리는 예산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이같은 정부의 노후 인프라 유지관리 방침은 해외 선진국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미국 토목학회(ASCE)는 전국의 인프라를 평가해 A~F까지 등급을 매긴다. 이를 바탕으로 인프라 평가 보고서(Report Card)를 발표해 인프라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산을 추계한다. 일본은 인프라장수명화계획(2014~2020년)에 따라 개별 시설물 관리계획에 적용할 새로운 법령과 기준 등을 5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 부족한 SOC 내진예산과 유지관리비…"SOC 예산 감소액 대비 미미한 예산증액"

그러나 정부의 지진 대비 기반시설 관리 방침에도 SOC 내진성능 강화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예산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특정 시설물에 예산배정을 하고 나면 지진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민간건축물과 학교시설의 내진율은 각각 7%, 23.1%다. 공공시설물 평균 내진율이 43.7%인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해당 시설물의 내진보강에 지진예산 증액분을 투입한다 가정하면, 전체 SOC 내진보강 목적의 유지보수 예산 몫이 줄어들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출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표= 김태길 디자이너
특히 교량 등을 포함한 교통 SOC 유지보수 투자비중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교통 인프라 유지보수 투자의 향후 변화 추이’에 따르면 노후 시설물을 감안하지 않고 투자가 이뤄지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통 SOC 유지보수 투자비중은 오는 2020년 0.25%에서 2030년에는 0.2%까지 비중이 낮아질 전망이다. 노후 SOC 비중이 높은 서유럽 선진국(1970~2008년) 비중인 0.3%와 비교할때 크게 낮은 수치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5년 이후 SOC 안전관리 예산을 늘렸다. 해당 예산규모를 올해까지 유지했다”며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내년 지진예산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전체 액수가 크지 않다. 더욱이 SOC 유지관리에 투입될 전체 SOC 투자금액의 내년 감소액이 3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증액규모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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