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너즈 워’ 모바일게임 최초로 매출 1조 돌파…새로운 흥행작 배출 '과제'

게임빌과 컴투스 두 형제기업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모바일게임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해 온 게임사들이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편집자주] 현재 게임업계를 이끌고 있는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게임 빅3 외에도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여러 게임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이들 허리역할을 맡고 있는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게임업계의 터줏대감으로 다양한 흥행 게임들을 배출, 지금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동안 게임 빅3에 가려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이들 게임사들을 조명해본다.

국내 게임시장은 PC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다. 기존 PC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던 대형 게임업체들도 최근엔 모바일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모바일이 대세가 되기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모바일게임 개발에만 전념해 온 개발사가 있다. 바로 게임빌과 컴투스다.

◇2000년대 초반부터 모바일게임 개발해온 모바일 명가

게임빌은 2000년, 컴투스는 1998년 설립된 게임 개발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두 회사 모두 2G폰이 대다수이던 시절부터 모바일게임을 개발해 왔다. 당시 넥슨, 넷마블, 엔씨 등 대다수 게임사들은 PC 온라인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게임빌과 컴투스의 경우, 사실상 모바일게임 개발의 원조격인 회사들이다.

2000년대 중후반 게임빌은 ‘제노니아 시리즈’, ‘놈’ 시리즈, ‘프로야구’ 시리즈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컴투스 역시 ‘미니게임천국’ 시리즈, ‘액션 퍼즐 패밀리’ 시리즈, ‘컴투스 프로야구’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모바일게임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경쟁관계를 유지하던 두 회사는 2013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2013년 컴투스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임빌이 경쟁사였던 컴투스를 인수하게 된 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신의 한수’로 꼽힌다.

송 대표는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업계 관측을 깨고 양사의 기업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독자경영을 택했다. 이후 게임빌과 컴투스는 ‘형제회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송대표는 현재 양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컴투스는 게임빌에 인수된 이후 출시한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게임빌 역시 ‘별이되어라’가 흥행에 성공,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특히 서머너즈 워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없는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머너즈 워는 지난 3월 국내 모바일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2014년 출시 이후 2년 11개월만이다. 2년 11개월이라는 기간은 PC온라인게임을 포함한 국내 게임 중 최단기간 매출 1조원 달성 기록(지난 3월 기준)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록은 서머너즈 워가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기획 초기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서머너즈 워는 글로벌 원빌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경 없는 글로벌 성공의 기준을 제시해 왔다.

서머너즈 워는 전세계 10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매출 톱10 기록을 세운 유일한 한국게임이다. 출시 이후 세계 53개국 애플 앱스토어, 11개국 구글플레이 스토어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서머너즈 워는 한국 게임으로는 드물게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성공한 게임이다. 미국 모바일게임 차트에서 오랜기간 상위권을 유지한 한국 게임은 서머너즈 워가 유일하다.

◇해외에 비해 낮은 국내 시장 점유율, 새로운 흥행작 부재는 고민거리

전문가들은 게임빌과 컴투스 모두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격동의 시기를 무난히 넘겼다고 평한다. 실제로 이 기간 사라진 게임사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간 축적해온 모바일게임 운영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외에 비해 낮은 국내 시장 점유율과 새로운 흥행작 부재는 향후 고민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컴투스는 해외 매출 비중 88%, 게임빌은 55%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컴투스의 경우, 사실상 해외 매출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두 회사의 대표 타이틀인 서머너즈 워와 별이되어라의 경우, 출시 이후 계속해서 국내 차트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으나, 최근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의 ‘리니지M’ 등에 밀려 매출 순위가 과거에 비해선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아울러 새로운 흥행작이 없다는 점도 두 형제기업의 큰 고민거리다. 특히 게임빌의 경우, 신작 부재로 인해 올해 들어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지난 10월 출시한 ‘아키에이지 비긴즈’를 비롯해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대작 모바일게임 ‘로열블러드’ 등을 통해 흑자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 역시 서머너즈 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컴투스 매출의 80% 정도가 서머너즈 워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컴투스의 경우, 서머너즈 워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실시, 최근엔 e스포츠에까지 도전하는 등 서머너즈 워의 인기를 계속해 나갈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서머너즈 워의 뒤를 이을 흥행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이에 컴투스도 서머너즈 워 IP를 활용한 ‘서머너즈 워 MMORPG(가제)’ 등 신작 게임 5종을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빌과 컴투스는 과거 PC 온라인게임이 대세이던 시절부터 모바일게임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해 온 회사들”이라며 “특히 서머너즈 워의 경우 북미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국산 모바일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아울러 그간 쌓아온 모바일게임 운영 노하우 역시 많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흥행작을 배출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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