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행장에 대해서는 "나보다 디지털 전문가"…노조추천 사외이사·대표이사 위원회 참가 배제 안건은 부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여의도본점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KB금융 2기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KB금융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선임을 최종 확정했다. 다만 주총 과정에서 노조측으로부터 고성이 터져 나오고 사외이사 선임안 표결을 두고 정회되는 등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 KB 2기 체제 순항에서 여전히 큰 과제로 드러냈다. 


20일 KB금융은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윤 회장 재선임을 의결했다.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의 국민은행장 선임도 확정했다. 이로써 윤 회장이 이끄는 KB금융 2기가 막을 올리게 됐으며 KB금융과 국민은행 분리 경영도 3년 만에 재개됐다.

윤 회장 이날 KB금융의 향후 경영과 관련해 4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아시아 지역 리딩뱅킹 그룹 도약 △디지털뱅킹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성장 도모 △사회적 책임 역할 강화 등이다.

윤 회장은 이날 주총 개회사에서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3만여 임직원들이 다시 뛰는 KB를 외치며 각고(刻苦)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은행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비은행 부문 강화로 균형잡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리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고 지난 3년의 경영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 혁신에 따라 인터넷은행, 핀테크, IT, 통신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금융산업의 전통적 패러다임을 크게 흔들고 있다"며 "안정화된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견고히 해나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차곡차곡 다져
아시아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외환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국민은행 재무·전력본부 부행장, 개인금융그룹 부행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이후 윤 회장은 2014년 내부 갈등으로 회장과 행장이 모두 KB에서 떠나야 했던 'KB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 왔다. 그는 경영 안정성을 경영 최우선에 뒀다. 이후 KB금융은 빠른 회복과 함께 수익에서 올해 3분기 신한금융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도 신한은행보다 많은 수익을 기록했다.

이날 주총에선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의 국민은행장 선임도 확정했다.

허 행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뒤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인수된 이후 영업그룹대표(부행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를 비롯해 전략, 재무, 여신심사, 기업금융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이날 윤 회장은 허 행장이 기업금융에 밝으나 디지털금융에 약하다는 우려가 있다는 시사저널e의 질문에 "기업금융 쪽의 디지털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허 행장이 기업금융전문가라 역할을 하리라 본다. IT는 허 행장이 저보다 더 전문가다. 장기신용은행 시절 IT기획팀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여의도본점에서 열린 2017년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원 주주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주주제안 통한 KB노조의 경영진 견제 시도는 무산

이날 주총은 노조 측의 윤 회장 연임을 두고 주주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진통이 있었다. 윤 회장 연임을 찬성하는 주주들과 노조를 포함해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주주간 마찰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 표결을 앞두고 정회가 발생했다. KB노조는 자체적으로 모은 주주 위임장을 제출하고 재집계를 위한 정회를 요구했고 윤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정회는 주총 10시48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주총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상정했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사외이사 선임안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를 금지하는 정관변경안은 모두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17.73%, 정관변경안의 경우 찬성률이 7.61%에 그쳤다. 특히 정관변경안과 관련해 박홍배 KB지부 위원장은 상정을 철회하고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일부 수정해 재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주총 규정에 따라 철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대로 투표가 진행돼 부결 처리됐다.

윤 회장은 노조 관계와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노사 문제는 부부 관계와 같다. 때로 싸우기도 한다. 다만 기업을 잘 만들자는 점에선 방향성이 같다"며 "잡음은 있지만 충분히 KB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수 있다. 노조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부분은 구해야 한다.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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