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한국e스포츠협회 3억 후원 의혹…롯데그룹 수사도 불가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롯데홈쇼핑 재승인 문제 해결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전 전 수석은 이번 사건을 ​비서진의 일탈​로 규정하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현정부 공직자 중 처음으로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시절 두 전직 비서들의 일탈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청와대에 누가 된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검찰에서 충분하게 설명하고 나오겠다”고 덧붙였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유화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천만의 말씀”이라며 “여러분들(기자)께서 궁금하시는 것 자체가 아마 안에서 검찰에서 물어볼 것으로 생각이 된다. 충분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원을 후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2013년 1월 24일부터 2014년 12월 16일까지 약 1년 11개월간 협회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전 전 수석을 상대로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3억 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데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에 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후원금 중 1억1000만원의 자금을 세탁해 전 전 수석이 사적으로 사용한 내역도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2015년 3월 방송 재승인을 전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관계 인사 10여명을 만났다. 전 전 수석은 재승인 업무와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2014년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신헌 대표 등 임직원이 구속돼 재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은 ‘임직원 범죄행위’ 항목을 허위로 기재한 사업계획서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해 재승인을 받아낸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전 전 수석의 보좌관을 지낸 윤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윤씨 등은 e스포츠협회가 2개의 회사와 위장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1억1000만원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는다. 롯데홈쇼핑 측이 방송 재승인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전 전 수석의 측근 윤 씨에게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범행 구조다.

검찰은 또 윤씨 등 3명이 이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협회 사무총장 조모씨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씨도 자금유용, 자금세탁, 허위급여 지급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전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뇌물 공여자’에 해당하는 롯데홈쇼핑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전 전 수석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 돼 있지만 자연스럽게 롯데그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전 전 수석이 낸 사표를 전자결제로 수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오전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병현 전 수석의 사표는 지난 19일 전자결제로 수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후임 정무수석 인사는 현재 중인 것으로 알면 된다”며 “(인선이) 언제까지 완료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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