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상반신 담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경매서 5000억원 낙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예수 그림 '살바토르 문디'. / 사진=연합뉴스

인류사에서 예수만큼 한 인물도 없다. 2000년 전 탄생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논란과 관심의 중심에서 빗겨난 적이 없다. 전 세계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예수를 믿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성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졌다.

 

지난 16(뉴욕 현지 시각)에 예수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수 상반신이 담긴 그림이 45000만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팔려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해당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다. 구세자 예수 그리스도라는 뜻이다.

 

그림 속 예수는 차분한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새까만 바탕에 자리한 예수는 파란색 옷을 걸치고 있으며 그의 갈색 곱슬머리는 어깨를 넘어 가슴 윗부분에 떨어진다.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는 하늘을 가리키고 약지와 소지는 접은 상태인데, 이는 축복을 내린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왼손은 손바닥이 하늘로 향한채 펼쳐져 있고 그 위에는 유리구슬이 올려져 있다. 유리구슬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이 그림은 예수가 세상에 축복을 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예수의 바람과는 달리 사람들은 예수의 존재로 인해 지난 2000년간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예수는 사람들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세상에 내려왔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죄를 짓고 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는 예수 때문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로 총칼로 맞서고 있다.

멀리 중세시대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약 200년간 십자군 전쟁을 치렀고, 가까이는 2차 세계대전 다시 기독교인들은 유대교도들을 탄압했다. 또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을 놓고 벌이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 종교는 원래 뿌리를 같이 한다. 모두 하나님이라는 유일신을 믿는다. 그러나 예수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세 종교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기독교는 예수를 하나님의 육화한 모습이라고 믿는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는 성()삼위일체로. 하나님은 성부(하나님), 성자(예수), 성령의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유대교는 예수의 존재를 완전 부정하며, 예수를 거짓 예언가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예수의 존재는 유대교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슬람교는 유대교에 비해 예수를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메시아(구원자)는 아니지만 선지자 중 한 명으로 인정한다.

 

세 종교가 결국 예수를 놓고 친자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친자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세 종교가 서로의 믿음을 양보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인터뷰어 래리 킹은 하나님을 인터뷰하면 아들을 둔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살바토르 문디 경매에서도 친자 논란은 계속됐다. 다만 예수의 실제 아버지가 누구냐가 아닌, ‘이 그림을 그린 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확실하냐라는 논란이었다. 살바토르 문디는 애초 예전부터 진위 논란이 있던 그림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림의 구성이나, 예수의 손가락 모양 등을 지적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특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작품 제작에 일부 참여할 수는 있었겠지만 공방 조수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위작 논란에도 살바토르 문디는 5000억원이라는 미술 경매 역사상 최고가에 낙찰됐다. 그림이 진짜라는 믿음이 5000억원이라는 거액으로 표현됐지만, 반대로 거액에 그림이 팔리며 다시 한 번 진위 논란에 불이 붙었다. 믿음이 논란을 부추기고, 논란은 다시금 믿음을 공고히 하는 순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실제 예수의 친자 논란과 같은 형식이다. 실제 예수를 하나님의 자식이라고 여기는 기독교와 그에 반대하는 유대교, 이슬람교의 대립이 이어지며 예수가 인류 역사상 가장 문제의 인물이 됐다고 볼 수 있다믿음이 예수를 만든 걸까, 아니면 논란이 예수를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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