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관세부과 대상 인지했음에도 수입신고 안 해”

SK해운이 2010년 9월 중국 양저우 다양 조선소에서 신조 벌크선 K호에 대한 명명식을 거행했다. 사진=SK해운 홈페이지 갈무리

 

SK그룹 계열 수상 운송업체 SK해운이 외국에서 들여온 선박 내 유류 약 180만리터(L)를 신고를 하지 않아 4억여원의 과세처분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SK해운 측은 과세가 위법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은 관세법상 과세신고를 누락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17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SK해운은 파나마의 한 회사와 벌크선(광탄선) K호의 나용선 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 10월 중국 칭다오 항에서 K호를 인수했다. SK해운은 급유업체로부터 벙커C유, 경유 등을 급유받은 뒤 같은 해 11월 K호를 여수항에 입항시켰다. K호는 약 나흘 뒤 인도네시아 켄다리 항으로 출항했다.

이 과정에서 SK해운은 K호와 내부에 있던 유류를 수입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세당국은 2015년 3월 SK해운에 대한 기업 심사를 시행한 뒤, 같은 해 11월 ‘2011년 11월 2일 K호가 최초로 국내에 입항한 후 수입신고하지 않았고 K호 내에 있던 잔존 유류(이 사건 유류)에 대해 과세신고를 누락했다’는 기업심사 결과를 통지했다. 신고가 누락된 유류는 벙커C유 172만L, 경유 7만8000L 등 총 180만L다.

과세당국은 동시에 이 사건 유류에 대해 관세와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이 포함된 합계 4억여원을 과세했다.

SK해운은 처분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까지 제기했지만, 지난해 10월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SK해운은 재판과정에서 “배 안에 있는 유류는 선용품으로서 수입신고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과세처분이 가능하더라도 유류가 선박에서 반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 부과 대상 물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선용품이란 식료품, 연료, 수리용 예비비품 등 배에서 쓰이는 물건들을 총칭하는 용어다.

그러나 법원은 관세법상 선박과 유류는 수입신고 대상에 포함돼 SK해운은 납세 의무가 있고, SK해운이 사전에 이러한 사실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 부장판사)는 최근 SK해운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관세등부과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박은 옛 수입통관고시 조항에 따라 ‘국적취득조건부 임차선박’에 해당하고, 원고가 수입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외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도착한 물품”이라며 “관세법상 수입신고 대상이 되고, 선박에 적재돼 함께 수입되는 유류 또한 외국물품으로서 수입신고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선박을 수입신고 이후 다시 외국무역선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박에 자격전환승인, 적재물품에는 적재허가를 해야 한다”면서 “제반 사정을 보더라도 최초 입항하는 이 사건 선박과 유류는 관세법상 수입신고의 대상”이라고 부연했다.

선용품이라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용품의 종류와 수량은 세관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범위여야 하고, 세관장의 승인이 면세의 조건”이라면서 SK해운이 수입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이 사건 선박과 다른) 선박을 수입할 당시에 선박뿐만 아니라 잔존 유류까지 함께 수입신고를 했다”면서 “이 사건 이전부터 선박 수입 시 잔존유류도 수입신고 대상 물품으로서 관세부과 대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고가 이 사건 유류에 관한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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