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에 또 통신 지연 장애…일부 이통사 “콜 제어 탓, 마땅한 대책 없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재난재해 등 이동통신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정작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통신 장애가 발생한 지 1년 여 만에 또 다시 같은 장애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부근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해당 지역은 물론 주변지역, 수도권까지도 진동이 전해졌고 이에 깜짝 놀란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서로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일부 이통사에서 통신 지연 등 장애가 빚어지면서 통화가 되지 않거나 메시지 전송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도 메시지 전송이 되지 않는 오류가 빚어졌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카카오 서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통신망 장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아무개씨는(남‧29) “포항에 있는 부모님 안부가 걱정돼서 전화를 했다. 아버지와는 통화가 됐는데 어머니와 누나가 연락이 안 돼서 초조했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통신망이 원활하지 않아 벌어진 일인 걸 알게 됐고 안전하다고 전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아무개씨는(여‧26) “재난 문자를 받고 지진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단체 카톡방에 접속해서 메시지를 전송했지만 한동안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검색 포털에는 지진통신, 지진전화, 지진통신장애 등이 지진 연관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논란이 됐고, 이용자들은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통신 마비가 일어나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일부 이통사는 딱히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 장애가 대규모로 발생하거나 전체 지연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번 포항 강진 당시 과부하로 통신 장애가 발생한 A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 모두 통화량이 몰리면 통화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콜제어를 한다”며 “가령 동시에 100명밖에 사용할 수 없는 통화 사용량 제한이 있다면, 100명이 이상이 동시에 몰렸을 경우 100명을 넘어선 이용자는 통화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네트워크 과부하나 마비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정 시간 지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마다 어떤 이는 사용에 문제가 없더라도 어떤 사람은 지연이 되는 현상을 겪게 된단 얘기다.


재난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는 통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운이 되면 더 큰 일이 일어난다”면서 “평소 동시 10명 정도 통화량이 발생하는 지역에 100명이 쓸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없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B이통사 관계자는 “우리 통신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지연이나 통신 장애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비상시 가동하는 백업망이 따로 있지만 지진 당시 통화량이 기존 용량에 꽉 차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통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확한 피해 규모나 재난 대응 방식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일부 이통사에 신기술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앞장서고 있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여전히 후진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다 보니 재난 상황에서는 비교적 수신 안정성이 높은 라디오가 정보전달 수단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