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축물 내진시공 인센티브 확대…차별화 필요하단 지적 나와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뒤틀려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강진으로 낙후된 민간건축물 내진설계 능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정치권과 학계는 정부가 민간 건축물의 내진설계 능력 확보를 위해 적정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273만8172동) 중 내진확보가 이뤄진 건축물은 전체의 20.6%(56만3316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확보 건축물은 초기 내진설계가 이뤄졌거나 보강공사를 통해 사후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이다.

국토부가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을 확대하면서 내진 확보율이 줄었다. 종전 내진설계 의무 대상은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에서 올 2월부터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다. 대상이 늘면서 전국 건축물 내진확보율은 지난해 말 기준 33%에서 올해 20.6%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12일 경주 인근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발생 이후 건축물 내진설계 확보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건축물 내진성능 보강 시 소유주에 건축물 지방세(취득세, 재산세) 감면율 확대, 국세 세액공제 신설, 건폐율과 용적률 완화 등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절대 다수(96%)를 차지하는 민간 건축물 소유주의 내진확보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이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진보강 비용은 기존 건축물의 경우 ㎡당 9~19만원, 신축 건축물은 공사비의 1~3% 정도가 추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세 감면액 대비 소유주가 얻을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종섭 의원은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를 유도하기 위해 현재 지방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지만 공사비용 등에 비해 감면액이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며 기존 건축물 내진보강 시공 시 양도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등 국세의 추가 감면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일 의원은 “서울시 저층 주택 중 20년 이상 된 건축물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데 내진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며 건축물 소유주가 내진시공 시 취‧등록세 혜택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그간 정부의 민간 건축물 내진설계 확보 유인책은 가능성의 문제에 기반한다. 지진발생이 빈번하지 않았던 만큼 지역, 건축물 높이와 유형 등 고려되지 않은 채 인센티브가 일괄 부여됐다. 인센티브 형평성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정부가 빈번한 지진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면 내진 시공 시 건축물 높이, 유형별 인센티브 차별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일례로 용적률이 높은 고층 건축물은 내진시공 비용이 저층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대단지 아파트는 소유주들이 갹출하는 관리비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같은 용적률, 건폐율을 지닌 일반 건축물 대비) 내진시공비가 적게 든다”며 “단순히 인센티브 한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 내진시공 시 지역별, 건축물 유형별 인센티브 차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