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관여 안 했지만 대통령께 누(累)…언제든 검찰 나가 소명”

전병헌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뉴스1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및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전 수석은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대통령님을 보좌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한결같이 국민만 보고 가시는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의 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지금까지 사회에 만연했던 게임 산업에 대한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e스포츠를 지원 육성하는 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해왔을 뿐,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언제든 검찰에 나가 소명을 하겠다”며 “하루빨리 진실이 규명돼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원을 후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 수석은 2013년 1월 24일부터 2014년 12월 16일까지 약 1년 11개월간 협회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2015년 3월 방송 재승인을 전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관계 인사 10여명을 만났다. 전 수석은 재승인 업무와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2014년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신헌 대표 등 임직원이 구속돼 재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은 ‘임직원 범죄행위’ 항목을 허위로 기재한 사업계획서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해 재승인을 받아낸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검찰은 전 수석의 보좌관을 지낸 윤모씨 등 3명을 구속해 전 수석을 압박하고 있다. 윤씨 등은 e스포츠협회가 2개의 회사와 위장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1억1000만원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는다.

검찰은 또 윤씨 등 3명이 이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협회 사무총장 조모씨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씨도 자금유용, 자금세탁, 허위급여 지급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조 수석을 소환하는 등 방법으로 이번 의혹 전반에 대해 캐물을 계획이다. 그동안 전 수석의 수사 여부를 함구했던 검찰은 전날 “e스포츠협회 후원금 제공과 운영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시 (협회) 회장이었던 전 수석에 대한 직접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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