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유통3법만 챙겨, 핵심 못 건드려”…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실효성 논란더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3법(가맹사업법ㆍ대규모유통업법ㆍ대리점법)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폐지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를 더 크게 표한다. 이번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안이 빙산의 일각만 건드린 격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만으로도 제도적 부작용이 클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태스크포스) 논의결과 중간보고’를 발표하며 유통3법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당초 공정거래법 외 5개 법률에서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은 이번 전속고발제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 결정에 대해 “(방향성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서정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이다. 공정위가 자기 권한을 일부 내려놓는것도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논하는건 복잡한 문제를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논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또 유통3법보다 더 큰 문제로 부각되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도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도 “(전속고발권 폐지는) 바람직하지만 아직 (제도 개선 수준은) 미약하다”며 “일부 법에 대한 전속고발권만 폐지했다. 가장 중요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은 적용에서 제외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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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빠르면 내년 1월 말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고서 결정안 대부분이 입법사항”이라며 “유통3법 이외 전속고발권 폐지 적용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도급법 전속고발권…중소기업에 부담 vs 위법행위 방치 

공정위는 하도급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보류했다. 원사업자가 중소기업일 경우 중소기업에 나타날 부담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런 공정위의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 피신고인 중 중견·중소기업 비율이 84%에 달한다며 전속고발권 폐지 시 중소기업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간 거래활동도 위축될거라고 분석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에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간 갑질·기술탈취 등 위법행위를 엄격히 처벌하지 않으면 중소기업 간 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남주 변호사는 “중소기업간 갑질에도 당연히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며 “(공정위의 이런 논리는) 궤변이다. 검찰 기소 여부, 형량 수준 등은 법원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법률적 대응 체제가 미약하다. 검찰 대응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간 부당거래 행위에 대해선 현 하도급법에 이미 규정돼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 1000배까지 늘려도 소용없다”

공정위가 내세운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조치가 보여주기식 대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해배상제도가 현재 수준에서도 법적 작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배상액을 늘려도 실상 적용되는 사례는 전무할거라는 말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위반행위 중 악의성이 큰 행위에 대해 우선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배상액 범위는 손해액의 3배 혹은 10배 이내까지 올리는 복수안이 제시됐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아무리 징벌제도를 강화하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을 늘려도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거라 판단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법원의 소극적 태도 탓에 현실에선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남주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장치적 제도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우리나라 손해배상 규제가 센 것처럼 말한다. 현실은 그 반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제대로 작동한 선례는 거의 전혀 없다. 현 상황에선 100배, 1000배까지 늘려도 아무 효과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피해자가 적정 수준의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 현 규정 탓에 유명무실하다”며 “공정위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일괄적 기준을 제시해야한다. 법원은 손해액 측정을 위한 공정한 기준단가 책정을 피해자에게 넘기면서 판단도 굉장히 엄격히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엄격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 범위를 넓히면 국민들이 법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손해배상액 결정은 오로지 법원 재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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