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건설사들은 큰 덩치와 주택경기 불투명 탓 '소극적'…외국 업체들은 해외건설 노하우 확보 기회 '눈독'

대우건설 매입가치를 두고 국내외 투자자 간 엇갈린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본사. / 사진= 연합뉴스
대우건설 인수가치를 놓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는 덩치부담에 대우건설 매입절차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업체는 해외 건설 노하우 흡수 목적으로 대우건설 매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마감되는 대우건설 예비입찰 제안서 제출기한에 시공능력평가(시평) 10위권 내 국내 건설사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있는 건설사 중에는 최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호반그룹의 호반건설이 예비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대우건설 매입 대상자로 점쳐진 시평 10위권 내 업체는 SK건설이 유일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주택시장 기반 확보 차원에서 SK건설이 대우건설 입찰과정에 참여할 수 있단 업계의 분석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덩치가 국내 대형 건설사가 매입절차에 참여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은 올해 시평액 8조3000억원으로 시평 순위 3위에 등극한 1군 건설사다. 시평 10위권 내 업체가 인수시 현대건설(시평액 13조7000억원)을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 인수 업체가 급격히 몸집을 불릴 수 있지만 반대로 건설경기 하강시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건설경기가 부정적으로 전망되는 점도 대형 건설사들의 대우건설 매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수년간 주택공급 1위 지위를 유지했다. 주택시장 경기 하강시 역으로 대우건설 매입 업체는 그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신규 수주액 중 주택을 필두로 한 국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분기 97%에 달해 전년 동기(81%) 대비 규모가 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지분매입 후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셈”이라며 “대우건설 규모의 업체 매입시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 조직정비, 조직원 융합을 이뤄야 하는 부분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우건설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인수시 단번에 대우건설의 해외 건설실적, 경험 등을 흡수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건설사의 해외 매출을 토대로 발표한 ‘2017년 세계 250대 시공사’ 중 46위를 차지했다. 직전해(51위)대비 5단계 상승한 순위다. 인수 희망자로 중국국영건축공사(CSCC) 등 해외 유수의 업체가 거론되는 대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건설사의 해외건설 광풍이 거세다. 저렴한 인건비, 국영은행을 통한 저리금융 등 원가인하 요인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이들 업체는 기술력, 수주실적에서 국내 건설사에 밀린다. 이에 중동 플랜트 공사발주 때 단독입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성장 중인 해외 건설업체 입장에서 대우건설은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일 마감된 대우건설 매각 전단계인 비밀유지확약서 제출에 국내외 20여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한 투자자만이 대우건설 입찰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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