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발표…나머지 공정거래법·하도급법·표시광고법 등은 보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법 집행 체계 개선 TF’ 논의 결과 중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전속고발권이 유통분야부터 일부 폐지된다. 법이 개정되면 유통분야는 개인이나 민간단체 등 누구나 유통업체의 위법 행위를 수사당국에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공정위에서 무협의 결정이나 소비자나 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과징금 부과액도 지금보다 2배 늘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은 전속고발제 △사인의 금지청구제 △지자체와 조사권 분담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수준 2배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 등 5가지 과제에 대해 TF가 그동안 논의한 중간 결과를 담은 것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그동안 공정위가 독점해 왔던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넓혀서 행정적 수단뿐 아니라 행정·민사·형사의 3가지 수단이 하나의 체계로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속고발제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전속고발제를 놓고 공정위가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대기업을 고발하지 않아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 그동안 비판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되면 고발이 남용돼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에 맞서 왔다.

 

TF는 우선 전속고발제가 포함된 6개 공정위 소관법률 가운데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제를 먼저 폐지한다고 밝혔다. 갑을 관계에서 생기는 불공정행위를 시급히 근절해야 하는데다,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고도의 경쟁제한 효과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나머지 공정거래법하도급법표시광고법 등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하도급법은 중소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 표시광고법은 음해성 고발이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TF 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으로 큰 논란이 일었던 표시광고법의 허위․기만광고는 고의성과 소비자 피해가 큰 만큼 폐지하자는 안과, 소상공인에 대한 음해성 고발이 남발될 우려를 고려해 존치하자는 안의 복수안이 제시돼 추가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나 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방안도 추진된다. 현재까지는 피해를 입더라도 공정위 신고 말고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TF는 금지청구제가 도입될 경우 하도급법과 유통3법에도 함께 도입해야한다고 합의했다. 다만 금지청구제 도입 범위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어 불공정거래행위만으로 한정하는 방안과 모든 위반행위를 포함하는 방안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공정위의 조사인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와 가맹·유통·대리점·하도급 4대 분야의 조사권 분담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행정수요가 많은 가맹분야에서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인력부족에 따른 대응 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분야 정보공개서 등록·관리 업무를 공정위(공정거래조정원에 위탁)에서 지자체로 이양하고, 피해구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별로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받는 과징금 부과수준은 현행보다 2배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 2004년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향조정(5%→10%)을 제외하고는 20여년간 법상 부과율 상한이 2~3%(시지남용·불공정거래행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 이에 따라 위반행위 유형별 부과기준율과 정액과징금 상한을 2배 상향하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현재 하도급법, 가맹법, 대리점법에만 존재한다. TF 논의 결과 공정거래법과 유통업법에 신규도입한다. 구체적인 도입 적용 위반행위와 배상액은 정해지지 않아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향후 논의가 마무리된 5개 과제와 관련해 TF 논의시 복수안이 제시된 사안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마련하고, 국회 법안 논의시 TF 논의내용과 공정위의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가 유통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키로 한데 대해 가맹점주단체 등 그동안 피해를 주장해온 측에서는 "그동안 공정위에서 묵살하면 피해를 호소할 방법이 없었는데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반면 가맹본부 측은 "공정위에 더해 고발이 중복되다보면 소송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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