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리체·성수동 트리마제 등 가성비 높은 식사 제공…삶의 질 높이는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단지 경쟁력

 

그래픽=조현경 다지아너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 서초구 아파트값은 3.3㎡당 3474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구 34평) 기준으로는 11억8000만원 정도다. 그런데 반포동의 한 아파트 시세는 이보다 훨씬 높은 16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신축아파트도 아니고,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재가치가 높은 단지는 더더욱 아니다. 입주 8년차를 맞아 이렇다할 집값 상승 호재도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 단지 집값이 평균보다 높은 까닭은 밥심 덕분이다. ‘반포 리체’는 지난 9월부터 조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근의 재건축 사업장에서 추후 조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내건 것을 본 이 단지 일부 입주민들이 서비스 도입을 요청하면서 시범 적용중인 것이다. 이는 반포자이, 반포래미안퍼스티지로 대표되는 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부족했던 이 단지를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요소가 집값을 지탱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값은 토지구입비에 건축비를 더하는 개념으로만 접근했다면 이제는 고객 니즈를 반영한 무형 가치도 집값에 책정, 반영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106㎡(구 40평)은 지난 7월 16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9월에는 17억1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고 이달 들어선 17억45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초강력이라 평가되는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약 3개월 만에 5000만원 이상 집값이 급등한 것이다.

리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특별한 교통이나 개발호재가 발표된 건 아닌데, 그 사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식서비스를 실시한 것”이라며 “특히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 이른 아침 포장해 사먹을 정도로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이 단지 조식서비스는 커뮤니티 서비스 위탁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메뉴는 볶음밥, 샌드위치, 샐러드 등으로 한끼 가격은 4000원이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역시 미분양 오명을 떨치고 최근엔 끼니를 챙겨주는 단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입주한 성수동 트리마제는 7월부터 한끼 6000원을 받고 조·중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뉴는 한식과 서양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한 국내 호텔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하는 것이어서 맛과 영양, 가격 측면에서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덕분에 전용 84㎡ 매물은 18억원 안팎의 시세를 형성한다. 분양가에 비해 5억원 가량 웃돈이 형성된 상태다. 이외에 위례신도시 ‘위례자연앤 래미안e편한세상’은 풀무원과 제휴를 맺고 3500원에 조식서비스는 물론 점심·저녁식사까지 제공한다.

앞서 주택산업연구원은 ‘앞으로 10년, 주거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통해 ‘경제가 발전하면서 주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단순한 주거의 공간에서 생활의 가치를 높여 주는 주거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엔 집을 고를 때 아파트 마감재·브랜드·위치 등 주로 외형적인 요인(하드웨어)를 따졌다면 점차 차별화된 커뮤니티와 식음료·의료·호텔 서비스를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다.

업계는 조식서비스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향후 집값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실제 최근 있었던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선정 당시에도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은 조식 서비스, 아이돌봄 서비스, 홈클리닝 서비스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단순히 주택을 짓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나”라며 “단지내 서비스 차이는 주택가격의 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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