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신뢰 크게 훼손…개인적으로 취득 안 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포스코 비리'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베트남 공사 현장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10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정 전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2018만원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정 전 부회장이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고속도로 공사 수주는 포스코건설 업무를 총괄하는 정 전 부회장에게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며 “포스코건설의 조직 체계나 지위 등을 종합할 때 정 전 부회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비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란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정 전 부회장이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경위를 세세하게 알지 못했다 해도 이를 대략적으로 인식하고 승인했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찰을 방해한 혐의도 1심과 달리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전 부회장은 처남이 브로커 장모씨에게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장씨의 청탁에 따라 하도급 업체 선정을 지시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면서 “당시 현장소장에게 A건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이후에도 하도급 업체 선정이 늦어지자 직접 전화해 ‘어떻게 돼 가느냐’고 독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로커 장씨를 통해 처남에게 돈을 주게 했다는 혐의는 “처남이 돈을 받은 건 인정되지만 이게 정 전 부회장이 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정 전 부회장이 한 조경업체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골프접대 등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접대범위를 벗어났다”며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전 부회장의 범행으로 포스코건설 하도급업체 선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본다”면서도 “비자금 관련 리베이트에 응하지 않으면 추가 수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회사 이익을 추구한 점, 횡령한 돈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부회장은 2009년 8월~2013년 6월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사업단장과 공모해 공사비 등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385만달러(약 44억5000만원)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로 기소됐다.

그는 또 2011년 2월 재계 측근에게 베트남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게 해준 혐의(입찰방해), 2011년 10월 허위 공사대금 10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받는다.

2010년~2011년 베트남 노이바이-라오까이 도로포장 공사 하도급 계약 청탁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처남이 1억8500만원을 수수하도록 한 배임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이밖에 2011년 8월 인도네시아 현장에서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종합건설에 보증서 없이 34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2010년 9월~2014년 8월 한 조경업체로부터 공사수주 편의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과 골프비 34회(4900만원 상당), 금두꺼비(금 1냥)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받는다.

1심에서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6153만5000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포스코 비리’ 의혹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지난 8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인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회사에 15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2006년 1월~2015년 5월 슬래브 공급 대가로 박재천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4억72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2010년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요구를 받고 이 전 의원 측근이 운영하는 티엠테크에 포스코켐텍의 외주 용역을 몰아주도록 지시해 12억원을 챙기게 한 혐의(뇌물공여)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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