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기술 도입과 해외 진출로 위기 극복에 나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지난 10월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계륵’ 취급을 받게 된 계열사들이 있다. 바로 금융계열사들이다. 현행 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매년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난 3월 취임한 김창권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출범시키자, 롯데카드를 비롯한 롯데금융 계열사에 대한 매각설이 시장에 나돌기 시작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최장 4년 안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롯데의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롯데지주가 롯데쇼핑의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그룹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되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일반지주사 아래 금융지주사를 둬 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 제정이 추진됐지만 폐기되고 현 20대 국회에선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봉철 롯데지주 부사장은 최근 “아직 중간금융지주사 논란이 있지만 허용을 기대하고 있다. 허용이 안된다면 2년 내에 매각이나 분할합병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계륵으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롯데카드다. 계륵은 닭의 갈비뼈란 뜻으로, 큰 이익은 안 나지만 버리자니 아까운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유통이 주업인 롯데그룹 특성상 결제 사업 부문과의 연계성이 높은 편이다.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 역시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카드산업은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에 아주 중요한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간 제기돼 왔던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 이슈와 맞물려 매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3년 롯데백화점 카드사업부와 합병한 롯데카드는 국내 최대의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장했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롯데카드의 수익성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1년 말 1843억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624억원, 2013년 1462억원으로 줄었다. 2014년에는 1487억원으로 잠시 회복됐지만 2015년(1342억원)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결국 2011년 1800억원대였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000억원대로 감소하기에 이른다.

아울러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06억원보다 1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주요 카드사 중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감소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지난 3월 취임한 김창권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향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 대표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신기술 도입과 해외사업 진출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5월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하는 ‘핸드페이(Hand Pay)’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및 세븐일레븐 20개 점포에 오픈해 운영 중이다. 핸드페이 서비스는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고 결제 시 전용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바이오페이(Bio-Pay) 서비스다. 수도권 21개 롯데카드센터를 방문해 정맥 정보만 등록하면 모든 핸드페이 가맹점에서 바로 사용 가능하다.

지난 8일에는 ‘비자 롯데카드 웨어러블’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자 롯데카드 웨어러블은 비자카드와 롯데카드가 합작해 선보이는 스티커, 배지, 장갑 형태의 결제수단이다. 해당 제품은 내부에 비자 선불 칩을 장착해 기존 비접촉식 결제 카드와 동일한 편의성과 보안성을 제공한다. 이를 휴대폰이나 옷, 손에 착용 후 비자 비접촉식 결제 가능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빠르고 편리한 결제가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해외 사업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9월 베트남 현지에서 테크콤파이낸스 인수계약을 맺었다. 테스콤파이낸스는 신용카드, 할부금융, 개인 대출업무를 하는 회사로 베트남 은행인 테크콤뱅크의 자회사다.

이번 계약 체결로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얻게 됐다. 베트남은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는 한편 신용카드 사용을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선점할 기회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롯데카드의 현 위기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수익 구조 개선에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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