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각 입찰제안서 접수 앞두고 FI들 잇달아 지분 처분…"매각관련 주가 전망에 대한 회의적 시각 반영" 해석

대우건설 지분을 소유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블록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 사진= 연합뉴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잇달아 대우건설 지분매각에 나섰다. 3분기 실적쇼크와 더불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대한 FI의 회의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분매각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석도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FI인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전량 대량매매(블록딜)에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7일 장 시작전 1주당 6330원에 주식 1827만여주를 약 115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은 10일 장 시작전 보유주식 913만8514주를 1주당 913만8514주 약 560억원에 매도했다.

오는 13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제안서 접수 전 FI들의 지분매각이 “매각작업에 회의적인 시각이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매수 의향자들 중 자본력이 풍부한 업체에 대우건설이 매각될 경우 주가상승이 이뤄져 FI에게도 이득이다. FI의 지분매각이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순탄치 못할 경우 추가 주가하락을 대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력 인수 대상자로 꼽힌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의 입찰참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입찰 참여자가 많아야 대우건설 몸값도 오른다. 결국 FI가 대우건설 추가 주가하락을 염두에 둬 지분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설령 매각되더라도 제값읗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1주당 6670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1주당 7000~7500원에 매각해도 산은 매입가 대비 1조~1조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매각가에 구애받지 않고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매각절차 흥행부진이 발생할 경우 주가 추가 하락을 FI들이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FI들의 지분매각이 대우건설 매각에 부정적인 시각만이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산은과 자율협약 체결, 아시아나항공은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해당 FI들은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우건설 주가변동에 앞서 리스크 헷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 목적에 지분매각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용평가업계 고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허약한 기업에게) 리스크 관리는 절대적 기준이다. 주가 변동요인 발생 직전 FI들이 지분매각에 나설 동기가 충분하다”며 “‘대우건설 매각이 순탄히 이뤄졌을 시 주가상승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냐’라는 분석은 결과론적 시각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같은 FI들의 지분매각이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FI의 지분매각으로 오버행(대량물량에 대한 부담감)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유가상승 기대감과 함께 대우건설 매각가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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