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시장 진출실패로 388만달러 투자한 기업 정리…"조세회피로 본 과세 잘못됐다" CJ 손 들어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햇빛이 비치고 있다. 사진=뉴스1


씨제이이앤엠(CJ E&M)이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총 388만 달러를 투자한 회사를 단돈 10달러에 매각해 조세회피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정당한 사업과정이라며 세무당국의 과세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CJ E&M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세무당국의 조세회피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CJ E&M은 중국 게임 시장 진입을 위해 2007년 4월 중국법인 T2CN Holding Ltd(T2CN)과 각각 300만 달러를 출자해 영국령 케이만 군도에 CJIT2 Holding Ltd(CJIT2)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2010년 3월 중국 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T2CN의 사업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자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CJ E&M는 사업정리 방식을 청산이 아닌 매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후 CJ E&M은 2010년 7월 CJIT2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88만주를 88만 달러(약 10억)에 취득하고, 불과 한 달 만인 같은 해 8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Wonder World Capital Ltd(WWC)에 이 주식을 10달러에 매각했다. 88만 달러는 WWC가 급여와 임차료, 이자 비용 등을 예상해 제시한 금액이다.

그러면서 2010년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 이 유상증자금액을 손금으로 포함했다. 손금이란 법인의 순 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손비를 의미하며, 법인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이에 세무당국은 2014년 8월 “이 유상증자금액 처분 손실을 손금에 넣을 수 없다”면서 CJ E&M의 2010년 법인세에 2억5400여만원을 부과했다.

세무당국은 CJ E&M이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할 때 CJIT2가 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에 주식가액의 시가가 ‘0’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법상 이 사건 유상증자금액인 88만 달러를 손금에 포함하는 동시에 법인세법 시행령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해 88만 달러 만큼 익금 산입해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손비는 0원이고, 실질 과세 원칙상 이 사건 주식의 처분 손실이 부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예비적 주장으로 이 사건 유상증자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면서 CJ E&M이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청산 비용을 WWC에 지급했다고 봤다.

법원은 CJ E&M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JIT2의 주식가치 시가가 0원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이 사건 유상증자가 법률상 부당행위유형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CJ E&M이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할 때 CJIT2가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서 “신주의 가치나 시가는 증자대금 납입 직후의 가치이므로 이 사건 주식의 시가가 0원이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은 ‘증자 등 법인의 자본을 증감시키는 거래를 통해 법인의 이익을 나눠줬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서 “CJIT2가 유상증자를 통해 CJIT2의 이익을 나눠준 것이지, 내국 법인인 CJ E&M의 이익을 나눠줬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장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상증자가 중국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매각 과정인 점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유상증자를 가장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이 사건 유상증자와 그에 따른 CJ E&M의 대금 납입은 CJ E&M이 중국내 게임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으로 보이고, CJ E&M이 지출한 금액은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된 통상적인 손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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