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이용득 의원 등 "경영진 전횡과 독단 견제위해 필요"…사측은 "경영권 침해" 반발

금융권 노동계의 노동이사제 도입 요구에 정치권도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금융사의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뿐 아니라 경영자의 독단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노동자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 실천하고 있어 우리나라만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대토론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는 신용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이다. 일반 기업보다 더 큰 공공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지만 현 금융권의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금융기관 사외이사가 대주주 추천 인사와 관계 기관 퇴직자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이사제는 노동환경 개선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유익할 것"이라며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해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책임성 제고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금융종업원조합(한국의 금융노조)이 은행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일본 금융권은 종업원조합이 차후 은행장이 되는 시스템이 갖춰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경영에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의 경영참여를 권고한 바 있다"며 "직원대표, 공익대표, 주주대표 등 이해당사자가 직접 은행 경영에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과 금융산업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우리나라에서만 노사가 함께 경영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분위기"라며 "금융산업은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다. 지배구조의 민주화와 경영 투명성을 위해 실천적 방안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노조위원장(왼쪽) 등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노동시간 클라우드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서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KB금융지주 지배구조에 주요한 문제점이 있다며 7가지를 지적했다. △이사회 내 대표이사 회장의 절대적 영향력 △주주에게 불투명한 대표이사 회장후보 추천과정 △주주 대표 사외이사 부재 △불투명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과 사외이사 평가 과정 △낙하산 인사 방지 방안 부재 △지주회사 준법감사인의 독립성 부재 및 활동성 제약 △성과보상체계 설계·운영 시 이해관계자 의견제시 절차 부재 등이다. 


박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독립적인 기능과 역할을 발휘하기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며 "대표이사가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한 상태로 KB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사회 내 대표이사 회장 참가를 배제하는 정관 및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며 "주주들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해 선임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회사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 사측은 노동이사제가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 요구와 대표이사의 경영지배 관련 위원회 참여 배제 주장은 경영권 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노조가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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