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및 세제규제, 금리인상, 입주물량 폭탄까지…‘주택거래량 30% 감소’ 전망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 수년간 저금리 호황을 톡톡히 누려온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출 및 세제규제, 금리인상, 공급확대 등 삼각 파고가 예고되면서 빠르게 가라앉는 것이다. 연구기관들 역시 하나 둘 내년 주택시장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내놓고 있다.

첫 제동은 1400조원의 가계부채 총량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양 뿐 아니라 질적으로 악화되는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부동산 시장을 지목됐다. 그리고는 8·2, 9·5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집단대출을 막기위한 대출 억제책을 쏟아냈다. 8·2대책에서는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최대 30%까지 낮췄다. 10·24 대책을 통해서는 신DTI라는 새로운 대출규제를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신DTI는 부채상환비율 책정 요소를 원리금으로 확대시켜 기존 DTI 보다 주택자금대출 한도가 낮아진다. 내년 하반기 들어선 모든 빚의 원리금을 따져 돈을 빌려주는 DSR(총체적 상환능력 비율) 규제까지 도입되면서 대출가능 규모도 대폭 축소된다.

세제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시장에 매물을 쌓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매도하는 주택에 대해선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도세율은 현행 기준보다 최고 20%포인트까지 높아진다. 이를 피하고자 다주택자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처분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매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현행 분양권 전매세율은 1년 이내의 경우 차익의 50%, 1년 이상∼2년 미만 40%, 2년 이상 6∼40%를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턴 일괄 적용된다.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양도세율을 50%로 적용하므로 연말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증가하면서 시세에 하방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여든 자금줄, 세제혜택 만큼이나 매수심리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16개월째 동결돼 있는 국내 기준금리(1.25%)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내년초,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난달 말 발표된 한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1.4%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뚜렷한 성장세를 금리 인상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기 때문에, 업계에선 이를 금리인상 임박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다음달 금리인상을 공언하고 있는데다 1400조원에 달하는 부채규모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일제히 따라 오른다. 금리인상 가능성은 주택시장을 대체 투자처로 불리는 수익형 부동산 흥행 걸림돌로 작용한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악화되는 시장환경 탓에 내년 주택시장 거래량이 줄어들거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이후 기존주택 거래량이 연평균 75만 가구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두언 연구원은 “8·2 대책을 통해 대출한도 제한이 올라간 상태여서 신규로 주택을 취득하려는 이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거래량은 지금보다 약 30%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18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고 매매가격은 수도권에서 보합, 지방은 1.0% 하락할 것으로 봤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지방은 기타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서울 주거용 부동산은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여전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수도권은 지방보다는 분위기가 낫겠지만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률은 둔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책으로 위축된 수요와 달리 늘어난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44만가구로 지난 2000년 이래 18년만에 최대치다. 지난 10년간 입주물량이 연평균 24만5000가구인 것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가량 급증하는 셈이다.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화불량 현상이 인근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경기권 주택시장 분위기를 올해보다 냉각시킬 수 있다.

한편, 규제강화에 따른 시장위축으로 부동산 관련시장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매매에 관여하는 공인중개업계 등에서 시장 축소가 예상된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을 등에 업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중장년층 대폭 늘었다. 또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10~30대 젊은층들도 창업 등을 위해 중개사로 눈을 돌리고 이들이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있던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전국서 총 30만7933명이 응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19회 시험 당시 32만5763명이 원서를 낸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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