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일정 내내 통상 이슈 꼭꼭 숨긴 트럼프…한미 FTA 개정 협상 속도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만에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외교사절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박2일 간 짧고 굵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모두 끝났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북핵 해법과 관련한 ‘한미 공조’와 미국 통상 압박에 기인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이라는 두가지 핵심 의제로 이목이 주목됐다. 

 

일단 우려와 달리 한·미FTA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거친 돌발 발언도, 일방적인 통상 압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 관계를 견고히 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미FTA 재협상 속도를 높였다는 해석을 내뱉었다. 한국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갖고있던 부정적 이미지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일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한·미FTA 를 ‘끔찍한 거래’라며 한국을 흔들어놨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동안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이나 국회 연설을 통해 파문을 낳을 만한 통상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 되레 한국을 “동맹 그 이상”이라며 양국 공조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재협상에 대한 미국의 기존 입장은 변함 없을거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있다. 실제로 트럼프 방한 이후 양국의 한·미FTA 재협상 논의 진행에 속력이 붙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교역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첫째날과 둘째날은 극명히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그는 방문 마지막날인 8일 한·미FTA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對)한국 무기 수출을 확대하면서 한·미FTA에 대한 양국 입장 차이가 어느정도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방한 첫째 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FTA와 관련해 언급한 발언은 4차례 정도였다. 내용 수위는 이전보다 낮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한·미FTA)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하다. (한·미FTA)는 미국에 좋은 협정이 아니다”라며 현행 협정에 대한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그런데 방한 둘째 날 22분여 정도 이어진 국회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와 관련해 말을 극히 아꼈다. 협정과 관련된 직접적 발언은 전무했다. 다만 연설을 시작하기 앞서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 하에 양국 통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적 논의를 했다”며 전날보다 유화적인 늬앙스를 풍겼다.

하룻 밤 사이 양국 정상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작전상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수십억 달하는 군사 자산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승인한 부분도 있다”며 미국산 무기 구입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서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사이 갈등 양상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 현행 한·미FTA를 뒤흔들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협정을 큰 틀에서 바꿀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을거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미FTA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방한 동안 한·미FTA에 대한 일방주의적 발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한·미FTA 개정 협상을 재촉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한 7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길게 악수를 나누며 "당신 한미 FTA 사나이 맞죠?(You are the FTA guy, right?)”라고 질문한 후 “일할 준비가 됐느냐”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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