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타는 유가, 해외건설 수주 확대 가능성 높여…개혁·개방정책도 긍정적 변화 기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주도한 '왕자의 난'에 건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빈 살만 왕세자. / 사진=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지는 ‘왕자의 난’에 국내 건설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권력의 중심축인 무함마드 빈 살만(32) 왕세자의 원유 생산량 감축노선, 개혁‧개방 정책이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사우디에서 비롯된 정세불안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64.27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대비 3.5% 상승한 수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직전일 대비 3.1% 오른 배럴당 57.35 달러,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2.79% 상승해 배럴당 61.83 달러를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국제 유가 상승을 반기고 있다. 유가가 해외건설 경기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70% 가량을 플랜트 설비가 차지한다. 유가상승시 추가 원유정제를 목적으로 중동 발주처가 플랜트 발주를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 해외건설 수주액 반등에 긍정적 요인이다.

건설업계는 추가 원유 가격 상승을 기대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대표적인 원유 감산합의 이행론자기 때문이다. 그가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합의를 주도하며 국제 유가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단 기대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가 감산합의에 적극적이다. 해외건설 손익 분기점인 배럴당 70달러까지 원유 가격 상승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개방 정책에 따른 사우디의 자국민 고용 우대정책(사우디제이션) 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사우디제이션은 공사현장 한곳당 자국민 노동자 고용을 30%까지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들어선 의무비율이 75%까지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건설 노동자 사용폭이 줄어들며 국내 건설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적됐다. 빈 살만 왕세자가 여성의 자동차 운전과 스포츠 관람 허용,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 상장에 적극적인 만큼 외국 기업 대상 규제도 완화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초기 계약서와 달리 공사 중간에 사우디제이션 적용을 사우디 발주처가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이에 초기 산출한 비용 대비 손실이 커지기도 했다”며 “(빈 살만 왕세자가) 합리적인 만큼 외국 기업 규제도 상당 부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빈 살만 왕세자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즉각적으로 발현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원유 가격 상승은 미국의 셰일가스 채산성 제고를 부른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하면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사우디제이션의 경우 빈 살만 왕세자의 기반을 다져준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아사우드(81) 국왕도 시행한 만큼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 실장은 “사우디 정부는 유가 하락에 따라 공사발주 규모를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수년간 지속했다. 사우디 진출 건설사들도 바뀐 계약관행에 적응하고 있다”며 “당장 이번 사태로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계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김 실장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오랜 기간 변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아버지인 국왕이 왕세자를 지지하는 것도 그의 입지를 강화해준다”며 “장기적으로 (유가상승 등으로)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긍정적인 변화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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