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묶인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찬밥…대출 가능한 인근 단지는 웃돈 2억원 더 높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분양권 거래시장에서 중도금 대출죄기 적용여부에 따라 단지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물리적 거리는 100m도 채 되지 않는 바로 옆 위치인데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사업장은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고 웃돈형성도 빠른 반면, 대출 규제가 막혀버린 사업장은 인기도 시들하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중도금 대출규제 1호 사업장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6개월 전매 금지가 풀린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총 12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웃돈은 평형 및 층, 향에 따라 1억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로 평균 2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바로 옆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같은기간동안 총 61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거래건수가 5배 이상 많으면서 프리미엄도 최소 3억5000만원~5억원까지로 훨씬 높은 편이다.

디에이치아너힐즈는 현대건설이 3.3㎡ 당 분양가가 3500만원을 넘는 단지에만 사용할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론칭하고 첫 적용한 단지다. 분양 당시 이에 걸맞은 화려한 외관과 조경시설, 외국산 고급 마감재, 호텔급 커뮤니티시설을 제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럼에도 분양권 거래시장서 찬밥 대접을 받는 까닭은 정부의 중도금 대출죄기 적용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분양모집공고를 낸 사업장 가운데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계약자들은 시공사가 자체보증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계약금을 비롯해 6회에 걸친 중도금, 잔금까지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비운의 중도금 대출규제 1호 사업장이었던 것이다. 

 

반면 이 규제를 받지 않는 바로 옆 사업장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 구입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지금 분양권을 매수하는 수요자 역시 40%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분양시기에 따라 대출가능 유무가 갈리고, 인기 등 단지의 운명이 결정된 셈이다.

지난 9월 비슷한 시기에 분양에 나섰던 ‘신반포센트럴자이’와 ‘래미안강남포레스트’ 청약율 희비도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로 엇갈린 사례다. 두 단지 역시 총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면서 HUG의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전자는 시공사에서 은행대출 알선을 해주면서 평균경쟁률 168대 1을 기록했고, 후자는 평균 41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이는 분양권 거래는 물론, 추후 분양시장에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중순 이같은 고분양가 사업장을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를 시작으로 최근 10‧24 가계부채 대책 발표까지 부채관리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한다. 그동안은 총 분양가 9억원 이상의 주택매입자들에게만 대출을 규제했다면, 앞으로는 청약조정대상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 모두가 적용받게 된다. 현행 DTI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계산할 때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대출의 이자상환분만을 반영하지만, 신DTI는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액까지 반영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와 보증비율도 축소된다. 기존 보증이 없는 예비청약자가 9억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돼 중도금 60%(5억4000만원)를 대출로 조달할 경우 보증받을 수 있는 금액이 현재 4억8600만원에서 4억3200만원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5400만원을 고스란히 개인신용으로 조달해야 한다. 결국 주택구입시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지면서 앞서 본 사례처럼 거래가 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분양사례를 봐도 대출유무에 따라 청약율과 계약율, 분양권 시장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라며 “내년부턴 강화되는 대출규제로 인해 거래 둔화를 더 실감하게 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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