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일제히 혐의 부인…하성용 전 대표는 향후 입장 밝히기로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력 정치인과 군 장성의 관계인 등을 채용해 논란을 빚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임직원들이 채용과정에 불법이나 비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사팀의 재량범위 안에서 추천을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KAI의 신입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8일 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채용 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 전 KAI 대표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며 15명의 채용 비리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KAI 전 임직원들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동신 전 KAI 국내사업본부 본부장(전무)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특정 인물을 추천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 추천은 실질적인 의미의 추천이 아니고 의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범죄의 의도가 있었는지, 행위지배가 있었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8건의 채용과 관련해서도 “이 본부장은 형식적인 추천 결재라인에만 있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학희 전 경영지원 본부장의 변호인도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업무방해의 범죄구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본부장의 변호인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KAI에 지원한 사람이 1500여명이고 15명은 전체 비율 중 1%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에게 서류전형과 면접의 기회를 부여한 것은 인사의 재량권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에 적시된 뇌물공여 이익은 ‘취업’인데 세 사람은 ‘면접’의 기회만 제공받은 것”이라며 “자신의 능력으로 면접을 통과해 채용 됐기 때문에 뇌물공여 이익에 대해 법리적인 검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채용업무의 주체는 대표이사와 그를 보좌하는 인사담당자”라면서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해야 하는데 채용이 피고인 자신의 업무였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외부추천 인사를 서류전형에 통과시켰고, 이러한 모두 정보와 의견이 인사담당 회의에서 교류됐다”면서 “위계로서 KAI의 업무를 방해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하성용 전 대표의 변호인은 “기록검토를 마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KIA의 채용 비리 사건은 5000억원의 기업비리 보다 큰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무소속)의 친동생인 방송사 간부의 조카,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고위 공직자의 아들 등 15명이 부정채용 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다. KAI 압수수색 당시 이 의원이 현장에 있었고, 하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먼 친인척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의혹은 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이 인사청탁 및 채용 비리에 관여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KAI의 회계부정으로 조성된 비자금 등이 정관계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입증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하 전 사장 등 관련자 8명을 기소하면서 KAI가 2013년~2016년 군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의 청탁을 받고 15명을 부정채용(업무방해, 뇌물공여)했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단장(준장)의 인사 청탁을 받고 그의 지인 자녀를 부정 취업시킨 사실, 2014년 6월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부단장(대령)의 자녀와 그 친구를 생산직 직원으로 부정 취업시켜 준 사실 등이다. 2016년 9월 지방자치단체 국장의 자녀를 부정 취업시켜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KAI는 청탁 명단을 별도로 작성·관리해 오면서 청탁이 있는 지원자들이 탈락하면 순위·점수 조작 등의 방법으로 합격 처리왔다”면서 “언론, 관내 관청, 군(軍) 등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통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취업 특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향후 1~2회 공판준비기일을 추가로 진행해 공소사실에 대한 각 피고인의 입장과 증거, 증인 등을 조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11월 27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한편 하 전 대표는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KAI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KAI 경영비리 전반에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하 전 대표에게 ▲진행률·매출조작 등을 통한 5358억원대 회계분식 및 이를 통한 자본시장에서의 불법자금 조달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6500억원대 사기 대출 및 1조9000억원대 기업어음 부정 발행 ▲환율조작과 허위 신용카드 전표를 이용한 20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 ▲청탁을 받고 순위·점수 조작에 의한 부정 채용 ▲차명 납품업체의 주식대금 불법수수 및 부당지원 등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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