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 중심 구조재편과 ‘배척’…차명계좌·성매매 의혹 등도 걸림돌

73번째 생일을 맞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 사장단 만찬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4.1.9 / 사진=뉴스1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완전히 건강을 되찾는다고 해도 경영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한 종합편성채널 보도팀은 삼성서울병원 본관 20층 오른쪽 끝 VIP 병동에서 침대에 기대 TV를 보고 있는 한 남성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병실은 3년 6개월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는 곳이다.

영상에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공호흡기 없이 숨을 쉬는 모습이 담겼다. 이 인물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간호사와 의사소통까지 했다. 방송은 또 다수의 신경외과 전문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회장이 ‘준 식물(인간)상태’로 추정되며, 향후 건강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때 ‘사망설’까지 돌았던 이 회장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병원에서 퇴원할 만큼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다고 해도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은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 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삼성의 ‘회장’ 승진 인사는 삼성전자 차원에서 27년, 그룹 차원에서 18년 만의 일이다. 이는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삼성이 반도체 분야를 성장시킨 권 회장의 공을 높이 산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옥중경영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담을 줄이고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려 했다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상당 부분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목적이었다는 일련의 혐의들도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삼성의 경영 구조 재편 배경과 배척되고 조직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차명계좌 논란’, ‘성매매 의혹’ 등 이 회장 개인이 구설에 오른 사건들도 이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들이다.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에 의해 발견된 이 회장의 1199개 차명계좌는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차명계좌를 만든 사실을 인정하고 실명 전환 후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명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4조4000억원의 돈을 모두 찾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당국은 차명 거래 과정을 재점검하고 고율 과세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해 불거진 성매매 의혹도 이 회장에게 ‘악재’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유사성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나,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다.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한다면 검찰청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개연성도 상당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삼성은 최근 ‘오너리스크’와 ‘삼성의 미래’라는 두 가지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쇄신을 한 것”이라면서 “이 회장의 경영복귀설은 이 같은 쇄신 계획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비자금 등 향후 복잡한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는 차명계좌 논란은 성매매 사건과 달리,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면서 “이 회장이 스스로 경영에 복귀하는 부담을 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회복이 아직 매듭짓지 못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폐지되는 등 이미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이미 상당부분 구축됐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이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다면 이 부회장이 구속으로 인해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경영 승계를 매듭짓는 데 시간을 벌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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