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무성의한 태도에 누리꾼들 공분…현대카드는 "개인간 애정문제" 해명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가구업체 한샘에 이어 현대카드에서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현대카드, 성폭행 파문에 휘말려

현대카드 위촉계약사원이라고 밝힌 여성 A씨는 지난 4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최근 한샘 성폭행 사건을 보고 용기를 내어 이렇게 글을 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해당 글을 통해 “2017년 4월 저는 현대카드와 위촉계약을 했고 사건은 입사 후 한달 뒤 일어났다”고 밝혔다. A씨는 “회식 도중 다 같이 저희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는 말이 나왔다”며 “이에 남자 동료인 B씨와 함께 남자 팀장인 C씨의 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해당 글에서 “술기운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C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현재 경찰조사는 끝났고 검찰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A씨는 성폭행 사건 이후, 팀장과 팀원 관계상 매일 C씨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속에서, 결국 며칠 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관리자인 센터장이 이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회사측이 “인사이동을 요청해도 ‘남녀 사이의 일이다’,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구분하라’며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측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사건은 자체 감사실과 전문적인 외부 감사업체가 이중으로 조사했고 동시에 검경의 조사도 병행됐다”며 “모두 같은 결론으로 종결이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내 케이스의 자세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히며 갑론을박하는 것은 저희들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당사가 직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예단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개인간의 애정 문제로 알고 있다”며 “경찰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났고 오히려 A씨가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카드 위촉계약사원이라고 밝힌 A씨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사내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A씨가 글 올린 포털사이트 게시판 캡처

◇현대카드 브랜드 이미지, 하락 불가피

현대카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카드를 비판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현대카드측의 안일한 대처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카드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2003년 취임 당시 업계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현대카드를 기사회생(起死回生)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2003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에 채 미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당기손손실은 6273억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은 카드 디자인에만 1억원을 투자한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줄줄이 히트상품을 만들어 현대카드의 점유율을 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카드 디자인에 크게 투자하지 않았던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현대카드는 정 부회장 취임 이후, 기발하고 독특한 광고, 새로운 카드 디자인과 마케팅, 브랜딩 등으로 화제를 낳았다. 카드회사라고는 보기 힘든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슈퍼콘서트 등 문화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테니스 경기를 시작으로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등을 초청한 슈퍼콘서트는 소비자에게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같은 혁신 경영은 실적과도 연결됐다. 취임 당시 순손실을 기록하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19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성폭행 파문으로 인해, 현대카드의 브랜드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현대카드에 앞서 여직원 성폭행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샘의 경우, 사건 직후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주가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역시 이번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한샘의 전철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주부 김경옥(56·가명)씨는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현대카드에 많은 실망을 했다”며 “회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현대카드말고 다른 카드를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경우, 사실상 카드 혜택보다는 해당 카드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카드를 비롯해 여러 카드사들이 문화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결국엔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문화마케팅의 선두주자로 그동안 현대카드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데 성공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성폭행 파문으로 인해, 그 명성에 금이 가게 됐다. 현대카드가 이를 어떻게 수습할 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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