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KEB하나금융, 경영진과 대립 격화…우리은행 노조,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 검토

금융권이 노사 갈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사가 노조와 극심한 갈등에 휩싸인 상황이다. 금융당국까지 채용비리 등으로 금융사에 칼끝을 겨눈 만큼 사측에 대한 노조의 적대적 분위기가 최고경영자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융사마다 초긴장 상태다.

6일 KB국민은행 지부(이하 KB노조)는 이날부터 임시주주총회(20일)에 앞서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도록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KB 주총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재선임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신규 선임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 선임 △대표이사의 리스크관리·평가보상·사외이사후보추천·감사위원후보추천·지배구조·감사위원회 위원 배제 등 모두 4가지 안건이 논의된다.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규탄했다. / 사진=뉴스1
노조는 3호, 4호 안건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와 위원회 안건에 대한 회장 의사를 반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노조 입장이다. 이에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주주들에 찬성 의결권 대리행사를 요청했다.

또 노조는 회장이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지주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B노조 반발은 사측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 윤종규 회장 연임 관련 설문조사 사측 개입 의혹 등 노조 활동 방해 논란이 터지면서 시작했다.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에 연루된 임원들이 사임했지만 노사 간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 조사를 실시했지만 사측 개입 의혹이 터졌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설문 조사 과정에서 17개 단말기를 이용해 중복 응답하는 방식으로 4000건이 넘는 찬성 응답이 나왔다. 노조는 사측이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에 지난 3일 KB국민은행 HR(human resources) 본부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KEB하나금융과 우리은행도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외환카드 노조는 지난 2일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 발대식을 열었다.

노조는 이날 발대식에서 지주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지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인사전횡과 노조탄압 등을 자행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한 주주제안을 검토 중이다. 이광구 행장이 사임하면서 우리은행 새 행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 예금보험공사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낙하산 우려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새 행장에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임시주총에서 주주제안권과 이사후보추천권 등을 행사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이 5.6%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상법상 소수주주 및 주요주주의 권한행사 요건이 모두 충족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개혁 의지와 금융권 노조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금융권 노사 갈등이 커졌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 등 금융사들이 난제를 만난 상황이다. 노사 관계 악화가 자칫 수익 창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노사 관계가 빨리 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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